해빙무드 美·中 다시 냉랭

오바마-달라이라마 회동… 中 "내정 간섭" 강력 비난
남중국해 둘러싼 갈등도 여전
내일부터 ARF서 설전 벌일듯

올초 정상회담을 통해 해빙무드로 돌아섰던 미중 관계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 회동을 계기로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최대의 미국 국채 보유국인 중국이 미국의 잇따른 압박전략에 대해 어떤 대응카드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중국 정부는 17일 오바마 미 대통령이 달라이 라마를 접견한 것에 대해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엄중한 내정간섭으로 중미 관계를 손상시켰다"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또 대미 외교 실무 사령탑인 추이톈카이 외교부 부부장이 베이징 주재 미국 대사관의 로버트 왕 대사대리를 외교부로 긴급 초치해 엄중히 따졌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오바마의 달라이 라마 접견을 놓고 중국이 올들어 항모 건조 등 해군력 강화를 통해 남중국해를 포함한 서태평양으로의 세력 확대를 추진하는 것에 대한 견제구 성격이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해 남중국해 영유권을 주장하는 베트남, 필리핀 등과 남중국해에서의 군사훈련을 강화하고 있다. 미 7함대 소속 구축함 3척이 15일부터 베트남 부근 남중국해상에서 7일간 일정으로 군사훈련에 들어갔고 이에 앞서 11일간의 필리핀과 연합군사훈련을 마친 바 있다. 중국 입장에선 티베트 독립문제와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남중국해를 자국의 핵심이익으로 간주하고 있어 보편적 인권을 앞세운 미국의 잇따른 행보에 대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남중국해에 대한 독점적인 영유 지배권을 행사할 경우 중동에서 아라비아 반도, 말라카 해협, 남중국해로 이어지는 전략적 원유 수송로가 위협받을 것으로 판단해 최소한 이를 지키기 위해 중국을 저지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다 원유, 가스 등 자원의 보고로 알려진 남중국해에서 미국 굴지 석유기업이 베트남 기업 등과 제휴해 연간 수천만톤의 원유 채취가 가능한 시추 작업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19~23일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역내안보협의체인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미국과 중국은 남중국해 사태를 놓고 치열한 설전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중국은 최근 미 연방정부의 부채한도 증액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미 국채 값이 계속 떨어지자 자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까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훙레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4일 "미국 정부가 국채 투자자들의 권익을 보장하기 위해 책임있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미국 정부의 결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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