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원 이주노동자 43% 폭행에 노출…인권 '사각지대'

"공적시스템으로 관리감독 약속 조속히 지켜야"

이달 14일 인도네시아 선원이 한국 선원들에 폭행당해 숨진 사건을 계기로 선원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관리감독을 공공기관이 수행하고 인권보호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25일 ‘㈔이주민과 함께’에 따르면 제주도 인근 해역에서 조업 중이던 통영 선적 통발 어선에 탔다가 이달 14일 배에서 몸을 못 가누고 일이 서툴다는 이유로 한국인 선원 2명에게 폭행당해 숨진 인도네시아 선원 J(29)씨는 장기가 파열될 때까지 얻어맞고 염증이 장 전체로 퍼질 때까지 차가운 어획물 창고에 버려졌다.

많은 선원 이주노동자들이 이 같은 선상폭행에 시달리고 있지만 외부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제제기를 해봤자 본인들만 불이익을 당하기 때문에 침묵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이 단체는 설명했다.

실제 국가인권위원회가 2012년 실시한 ‘어업 이주노동자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161명 중 93.5%인 158명이 욕설이나 폭언 피해를 자주 당했다. 가해자는 주로 한국인 선원이었다.

43%인 72명은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했다. 폭행 가해자의 3분의 2도 한국인 선원이었다. 폭행을 당해도 그냥 참는 경우가 69.4%였고 경찰에 신고한 경우는 8.3%에 불과했다.

폭행사실을 외부에 알린 외국인 선원 중 80%는 아무런 조치 없이 일하던 배에서 계속 일했다. 폭행사실을 경찰에 신고했을 때도 가해자가 처벌받은 경우는 없었고 선원 이주노동자들만 해고당하거나 강제출국 협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주민과 함께는 선원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실제 관리 감독(인사·노무관리, 근로감독)을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인 선원관리회사가 맡고있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대판 노예제’라는 비판을 받은 산업연수제도는 다른 업종에서는 2007년 전면 폐지됐지만 유독 20t 이상 연근해어선에서 일하는 선원 이주노동자에게만 여전히 이 제도가 남아 있다고 이 단체는 지적했다.

산업연수제 때문에 고액의 선원 송출비용, 관리회사의 부당 수수료 징수 같은 횡포가 만연하고 심각한 인권침해도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단체는 “2012년 조사결과를 토대로 국가인권위가 당시 국토해양부에 선원 이주노동자 인권개선 정책 권고를 했고 국토부는 공공기관에 의한 관리 시스템 도입, 최저임금 차별 폐지, 해양항만청의 근로감독 강화 등 주요 권고를 수용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다음 해 발표한 대책에는 알맹이가 빠졌다”며 “해양수산부는 선원 이주노동자 도입과 관리감독을 위한 공적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한 국가인권위원회 권고 수용 약속을 조속히 실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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