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승장구 토종 사모펀드] 1등 기업엔 과감한 베팅… C&M 등 6년간 16개 딜 휩쓸어





HK저축은행ㆍC&M에서 유니버설스튜디오재팬까지 6년새 16개 딜 휩쓸어

지난 22일 하이마트 우선협성대상자 선정을 앞두고 유력 인수후보인 롯데쇼핑과 토종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에는 긴장감이 흘렀다. 하이마트 매각측이 본입찰 때 제시한 가격보다 높은 수정가격 제시를 요구해 와 이에 응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롯데은 본입찰 가격이 적정가격이라는 판단에 수정가격 제시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매각자측이) 수정가격 제시를 요청해 왔지만 응하지 않았다”며 “본입찰 때 제시한 가격이 적정가격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MBK는 달랐다. 김병주 MBK 회장의 지론인 “1등 기업에는 과감하게 투자한다”는 투자원칙에 따라 가격을 과감하게 높였다. 이 같은 베팅이 성공하면서 MBK는 하이마트를 손에 넣게 됐다.

롯데는 빅딜에서 유난히 약하다는 평가를 다시 한번 입증하는 계기가 됐고 MBK는 빅딜에 강하다는 인상을 남기게 됐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 MBK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하이마트 인수전을 완주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관측까지 제기됐지만 유력후보인 롯데를 제치고 하이마트를 거머쥐었다. 이로써 최근 2년간 미진했던 투자행보 우려를 한방에 날려 버렸다. MBK의 성공은 그동안 대기업 중심으로 이뤄지던 빅딜시장에 사모펀드가 대세로 자리매김하는 신호탄이라는 섣부른 관측도 나오고 있다.

MBK는 김 회장이 2005년 설립한 토종 사모펀드다. 김 회장은 중학교때 미국으로 가 하버드대 경영대학원(MBA)을 나온 뒤 골드만삭스와 살로먼스미스바니, 세계적인 사모펀드인 칼라일그룹 아시아 대표를 지내는 등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때 쌓은 인적 네트워크는 김 회장이 2005년 MBK를 설립하는 바탕이 됐다. MBK는 김병주회장의 영문이름인 ‘마이클 병주 김’에서 이름을 따 온 것이다. 지난 5월말 현재 MBK의 투자약정액은 2조8,000억원이고 운용자산은 38억 달러다다.

MBK가 설립 이후 6년 동안 투자한 대상은 지금까지 16건에 달한다. 투자대상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중국, 일본 등 동북아지역까지 확대되고 있다. 지난 2006년 HK저축은행을 인수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와중에도 수도권 최대의 종합유선방송사업자(MOS)인 C&M과 일본의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을 인수했다. 이후 중국 최대의 물처리 업체인 GSEI를 인수했고, 금호렌터카 딜까지 성공시켰다. 지난 해에는 우리금융 인수를 위해 단독 입찰해 눈길을 끌었다.

이 같은 성장 스토리 이면에는 김 회장의 탄탄한 인맥이 자리잡고 있다.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넷째 사위이기도 한 김 회장은 외국계 IB에서 쌓은 인맥을 바탕으로 연이어 대형 딜을 성공시키고 있다.

MBK의 최근 두각이 예사롭지 않은 것은 대기업들이 좌지우지 해 온 대형딜에서 사모펀드가 힘을 발휘하고 시작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하이마트 인수전은 MBK가 웅진코웨이 등 인수를 앞두고 과감한 베팅이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롯데를 눌렀다는 점에서 상당히 의외라는 평가다.

IB업계 관계자는 “MBK가 최근 2년간의 투자부진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었는데 이번 하이마트 인수로 그동안의 부진을 한번에 날려버렸다”며 “웅진코웨이전에서도 다크호스가 될 가능성이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대형딜은 대기업의 독무대였지만 MBK 등 토종 사모펀드들이 가세하면서 이 같은 등식도 깨지고 있다”며 “특히 대기업들이 유럽발 위기로 과감한 베팅을 주저하고 있는 가운데 사모펀드는 자금조달에 유리해 M&A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부에서는 MBK의 집요함을 강조하는 이들도 있다. MBK는 지난 2007년 어피니티에퀴티파트너스(AEP)가 경영권 매각 딜을 추진할 당시 최종 후보로 참여해 유진그룹, GS그룹 등과 막판까지 경쟁했다. 최종 입찰에서 유진그룹에 고배를 마셨지만 이후에도 하이마트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고 꾸준한 모니터링을 해왔다는 게 IB업계의 공통된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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