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에 이어 삼성화재도 10년 만에 경영 컨설팅의 대상에 섰다. 이유는 단순하다.
'관리의 삼성'이 현 상황을 그만큼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지금의 저성장ㆍ저금리 국면이 보험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심대하고 아울러 보다 장기 국면으로 펼쳐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얘기다. 달라진 금융 환경에 맞춰 상품 포트폴리오, 조직 운영 방향, 향후 비전 등을 제로베이스에서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삼성그룹 차원에서는 글로벌 진척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딘 금융 계열사에 긴장감을 불어넣으려는 의도도 감지된다. 김해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삼성 입장에서는 조직을 정비하고 자본의 효용성을 극대화할 방법을 모색할 시기로 판단한 것 같다"며 "성장을 견인할 요인을 찾는 데 주력하지 않겠냐"고 예상했다.
◇실적은 좋지만 점검 통해 저금리 대비=삼성화재의 현재 성적표만 보면 나쁘지 않다.
순이익은 ▲2009년 5,245억원 ▲2010년 6,764억원 ▲2011년 7,845억원 ▲2012년(2012년 4월~2013년 2월) 7,599억원 등으로 매년 상승하고 있다. 보험금 지급 여력을 보여주는 위험기준자기자본(RBC)도 430%대로 당국 권고 수준의 200%를 배 이상 웃도는 상황이다. 김창수 삼성화재 사장이 미국에서 현지 경영을 강화하는 등 해외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경영 성과가 나쁘다고 보긴 어렵다.
그럼에도 경영 컨설팅을 받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정책 방향이 소비자 보호에 맞춰지면서 규제의 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고 저금리 심화로 외형을 불리던 호시절도 끝났다. 연금의 시대가 온 게 그나마 믿을만한 구석인데 이 분야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자칫 상품 전략이나 경쟁력 포인트를 제대로 잡지 못할 경우 은행ㆍ증권에 시장을 다 뺏길 수 있다. 최근에는 보험 산업의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마저도 바뀌고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과거 보험업의 본질이 설계사(보험 모집인)라고 했지만 보험에도 인터넷 시대가 열리면서 판매 채널 전반에 대한 관점 수정이 불가피하다. 삼성화재의 경영 컨설팅은 그런 고민의 부산물로 보인다.
◇업계도 예의주시…양극화 심화될 듯=지난해 10월부터 올 2월까지 컨설팅을 받았던 삼성생명도 조직 개편과 상품 포트폴리오에 변화를 줬다. 대표적인 것이 고객 지원실과 상품 개발실을 고객상품지원실로 통합한 조치. 민원과 상품 개발이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보고 유기적인 대응을 위한 것이었다. 또 저금리 시기에 민원 소지가 큰 변액보험 판매에 치중하는 게 적절한 것인지에 대한 지적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화재도 비슷한 맥락에서 컨설팅업체로부터 혹독한 점검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다른 보험사들은 업계 리더의 경영 컨설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삼성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VIP 시장, 연금 시장, 해외시장을 공략할 구체적 실행 로드맵을 구상할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한 중형 보험사 관계자는 "우리로서는 RBC 규제와 민원 단속에 대비하기도 버겁다"며 "작은 보험사들은 당장의 앞가림도 힘들다"고 자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경영 컨설팅은 사실 중소형사가 더 급하다"며 "앞으로 경영 현실이 녹록하지 않아 생존 경쟁에서 낙오하는 곳도 나오고 업계 양극화도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