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세력에 휘둘리는 한국 창조경제 뿌리가 흔들린다

공매도세력 셀트리온 집중공격 잘나가던 토종기업 방향 잃어
외국인투자 막을 이유 없지만 투기 걸러낼 예방대책 세워야


셀트리온은 22일 전일 대비 14.9% 급락한 2만6,6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서정진 회장이 지난 16일 공매도세력을 문제 삼으며 해외에 지분을 매각하겠다는 뜻을 밝힌 후 46.5%나 급락했다. 4조3,525억원에 달했던 시가총액은 2조6,747억원으로 주저앉았다.

셀트리온과 서 회장의 진심에 대해서는 논란이 무성하다. 공매도 탓에 회사 주가가 계속 떨어졌는지에 대해서도 아직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없다. 서 회장이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그럼에도 국내 대표 바이오 기업인 셀트리온이 공매도세력의 집중 공격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주가방어에 지나치게 민감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지만 잘 나가던 기업체 하나가 투기세력 때문에 방향을 잃은 것만은 분명하다.

우리나라 경제가 국내외 투기세력에 휘둘리고 있다. 투기를 목적으로 하는 투자자들이 우리 대표기업들을 목표로 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에는 강도가 더 세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창조경제를 국정 중심에 내세웠지만 투기세력에 주요 기업들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제2의 벤처붐이나 창조경제는 물론이고 기존의 주력업체들도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관련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계 고위관계자는 이날 "우리 대표기업의 대부분이 해외투기 세력에 노출돼 있다고 보면 된다"며 "순환출자 금지 등 경제민주화 바람까지 격하게 불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투기세력들을 방치할 경우 삼성전자조차 언제 넘어갈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실제 국내 대기업 중 상당수가 공매도에 시달리고 있다. 공매도는 주가의 거품을 빼주는 장점도 있고 엄연히 투자의 한 형태다. 하지만 특정세력에 의해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공매도가 기업들의 힘을 빼고 있다.

더욱이 주요 기업들은 외국인 주주가 절대다수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같은 우리나라 대표기업도 외국인 지분율이 50%에 육박한다. 외국자본이 마음 먹기에 따라서는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추진하거나 지배구조 개선을 목표로 차익을 얻는 투기적 행태를 보일 수 있다. 이미 KT&G나 SK의 사례가 있다. '제2의 소버린' '제2의 칼 아이칸'이 언제든 다시 우리 대표기업들을 공격할 수 있다는 뜻이다.

국내 기업들에 피(자금)를 공급하는 금융지주사들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KB나 신한ㆍ하나금융은 외국인 지분이 60%를 웃돈다. 우리나라 금융사인지 해외 금융사인지 알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정당한 외국인 투자를 막을 이유는 없지만 투기적인 목적으로 이뤄지는 행위는 걸러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지금도 어느 정도의 예방장치가 있지만 이를 더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는 뜻이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이날 셀트리온 의혹에 철저히 대응하라고 한 것도 같은 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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