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은을 사려는 수요가 급증하면서 미국 조폐국이 주조하는 '아메리칸이글 은화'의 월간 판매량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미 조폐국은 지난 1986년부터 순도 99%의 1온스짜리 은화를 발행해왔는데 이 은화는 일반인들에게도 은퇴기념ㆍ생일선물 등으로 인기가 높다. 액면가는 1달러지만 은 가격에 연동돼 실제가격이 형성된다.
미 조폐국은 29일(현지시간) 열흘 가까이 중단했던 은화 판매를 이날 재개했으며 이달 들어 은화 판매량은 742만온스로 이미 사상 최대 규모에 달했다고 밝혔다. 종전 기록은 2012년 1월의 610만온스였다. 조폐국은 올 들어 은 수요가 갑자기 커져 공급을 크게 초과하자 18일부터 일시적으로 판매를 중단했었다.
매년 새로 나오는 아메리칸이글 은화를 사려는 수집가들이 몰리는 1월 은화 판매량이 많기는 하지만 올해의 경우 투자수요까지 겹쳐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동전소매 업체인 블랜처드앤드코의 데이비드 빔 부사장은 비즈니스 인사이드와의 인터뷰에서 "은을 대량 구입하려는 수요가 많다"며 "투자자들은 조폐국이 공급한 그대로인 500온스짜리 박스를 통째로 사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지속적인 양적완화 정책으로 달러화 가치하락과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자 대체투자 수단으로 은을 선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FRB는 경기부양을 위해 매월 400억달러 규모의 미 국채와 450억달러의 모기지담보증권 등 850억달러 규모의 채권을 사들이면서 그만큼의 달러를 시장에 풀고 있는 상태다. 또 은은 귀금속이면서도 산업용으로 많이 활용될 수 있다는 금속이라는 점도 투자매력을 높이고 있다. 상장지수펀드(ETF)의 은 매수도 크게 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전세계 ETF의 은 보유량은 18일 현재 1만9,699톤으로 사상 최대에 달했다.
뉴욕상품시장에서 은 가격은 지난해 8.3% 올랐으며 올 들어서도 3.2% 상승했다. 29일 현재 가격은 온스당 31.18달러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