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창간39돌/증권.투신] 영업맨의 세계

이에 더해 최근에는 증권사 영업맨들이 기관 및 개인투자자 유치실적에 따라 매월 몇백만원에서 최고 몇천만원대의 인센티브를 받는 등 몸값이 급상승하고 있다. 지난 97~98년 주식시장 침체기에 본점의 인원정리차원에서 대거 지점으로 내몰리는 등 총알받이 신세로 전락했던 영업맨들이 다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주식시장이 살아나고 은행예금등 시중자금이 빠른 속도로 증시로 유입되면서 객장을 찾아 주문상담과 신규계좌를 설정하는 개인들이 늘고 있다. 이들을 처음 맞이해 고객으로 유치하는 게 영업맨들의 역할이다. 영업맨들은 주가지수가 1000포인트를 넘어서는 등 오름세를 보임에 따라 높은 실적보수를 받고 있다. 개인들의 평균 약정금액이 지난해 7월에 비해 10배이상 증가했기 때문. 증권사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증권사 지점 차장급은 보통 3,000만원대의 연봉을 받는다. 일반사원은 2,000만원대이다. 하지만 약정실적이 20억원을 넘어가면 별도의 인센티브를 받는다. 보통 영업맨들은 20억원을 초과해 1억원의 약정고에 대해 7만~8만원의 실적보수를 받는다. 10년정도의 경력과 탄탄한 실력을 갖추고 있는 차장급이라면 요즘같은 활황장세에는 한달에 100억원이상의 약정고를 올리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웬만한 차장급 영업맨들은 700만원~800만원대의 실적보수를 받는다는 얘기가 된다. 월급보다 인센티브가 3배가량 더 많은 경우가 허다하다. 주가지수가 바닥을 기던 지난해의 경우 1억원의 약정은 대단히 양호한 성적이었다. 지금은 하루에만도 1억원~10억원의 약정을 올릴 수 있다. 지난해에는 손익분기점의 50%도 제대로 채우지 못했지만 지금은 100%를 넘기지 못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영업맨들은 주식시장 장세에 따라 울고 웃습니다. 지금은 어깨를 쫙 펴고 다니지만 어두운 터널이 있었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으로 주가지수가 300포인트대에서 헤매며 깡통계좌가 속출했을 때 영업맨들은 고객의 돈을 물어 주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일부 직원들은 빚에 쪼들려 행방을 감추어 버렸으며 손님과 마찰하는 건 다반사였습니다.』모 증권사 지점 영업맨의 과거 추억담이다. 최근 증권사 영업맨들의 수입이 괜찮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지금까지 까먹은 빚을 갚고 나면 이제 숨을 돌릴 정도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지난 10년간 증권사 영업맨들의 이직율은 60%를 넘는다. 다른 증권사등 여타 금융기관으로 옮기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다른 업종을 찾아 간다. 실적에 대한 과다한 스트레스와 빡빡한 업무 때문. 아침 7시면 회사에 나와 9시 장이 시작되기 전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경제지등 신문과 각 증권사의 일일보고서, 인터넷등을 검색하며 국내외 뉴스를 파악해야 한다. 고객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매수·매도를 권유하기도 하고 신규종목을 추천하기도 한다. 여하튼 보유종목 10~20개에 대해서는 손해를 내서는 안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증권 영업직은 장중내내 컴퓨터 앞에서 매매주문을 내며 초긴장해야 하는 괴로운 직업이지만 기존 고객이 실력을 인정해 주며 신규고객을 모아올 때는 일의 보람을 느낍니다.』한빛증권 서소문지점 이석제(李錫濟)차장의 설명이다. 영업맨중에는 투신, 은행, 보험, 연기금, 종금등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발로 뛰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주문을 받기위해 펀드매니저를 직접 찾아다닌다. 기관은 계약규모가 큰 만큼 학연, 지연이 동원되기도 하고 본사차원에서 법인영업부들이 경쟁을 벌인다. 총 주식투자자금중 기관비중이 지난해 15%에서 올해 30%로 늘어나는 등 기관들의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외에도 증권사에는 외국고객을 상대하는 국제브로커, 고객사의 유가증권발행을 대행하는 인수영업맨들이 있다. 특히 국제브로커는 국내 유가증권 상품을 해외투자가에게 파는 만큼 외자를 유치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영업맨들의 업무영역이 확대되고 실적보수가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에게도 최근 고민거리가 생겼다. 사이버 거래로 촉발된 수수료 인하가 위탁매매 수수료 인하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아진 까닭이다. 영업실적이 떨어지고 실적보수도 하향조정될 것은 당연지사. 영업맨들 사이에서는 지금까지 버티고 있는 것도 사실 실적보수가 있기 때문인데 수수료 인하로 인센티브가 줄어들면 영업맨들의 입지도 더욱 축소될 수 밖에 없다는 자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정명 기자VICSJ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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