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포커스] '긴축 반대' 기로에 선 그리스

그리스 '불안한 동거냐, 파경이냐'
그렉시트 현실화 우려 고조
양측 정치적 결단 가능성도
오늘 긴급 유로존 정상회의

추가 구제금융 지원을 받기 위해 그리스 정부가 국제채권단과 벌여온 협상이 6개월여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그리스 정부가 채권단에서 요구하는 증세 및 연금삭감 등 경제개혁을 수용할지를 묻는 지난 5일 국민투표에서 '반대(OXI)'표가 압승하며 협상은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강 대 강' 충돌국면에 빠져들게 됐다. 이에 따라 그리스 사태는 채권단의 극적인 양보로 회생책을 찾거나 그리스가 전면적인 국가부도를 내고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서 탈퇴하는 그렉시트(Grexit)를 향해 치닫는 운명의 갈림길에 섰다.

그리스 내무부에 따르면 총 유권자 985만여명 중 62.36%가 참여한 이번 투표에서 반대표(63.1%)가 38.7%를 얻은 '찬성(NAI)'을 압도했다. 당초 2~3%포인트 내의 득표율 차로 박빙의 승부를 예상했던 전 세계 언론들은 충격 속에 파국의 현실화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예상 외의 투표 결과에 유로존 정상들은 그리스 사태 수습과 향후 대응책 마련을 위해 7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긴급 정상회의를 연다.

그리스와 유럽이 '결별'하는 사태를 막고 '화해·동거'하기 위해서는 채권단과 그리스 모두 한발씩 물러서는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 그리스 측에서는 강경하게 협상을 진두지휘했던 야니스 바루파키스 재무장관이 6일 물러나 향후 새 협상 사령탑 인선 방향에 따라 다소 유연한 자세로 전환할 여지를 남겼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후임 재무장관으로 야니스 스노우르나라스 그리스 중앙은행 총재나 다소 온건한 이오르고스 스타타키스 경제장관 등이 거론되고 있다. 최대 채권국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투표 직후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그리스 국민투표 결과를 존중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밝혀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다만 양측이 실제로 협상을 재개해 합의에 이르려면 신뢰복원이 급선무다. 독일 대중지 빌트 등에 따르면 그리스 국민들은 채권단이 지난 5년간 가혹한 긴축재정을 요구하며 원리금을 받아가 자국 국민들의 피를 빨았다고 비난해왔다. 반면 독일 등 국제채권단 국민들은 그리스 국민투표에 대한 실망감으로 비난 여론이 팽배해져 감정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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