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의 추락에 날개가 없다. 퇴임 이후 온갖 구설에 휘말렸던 그가 이번에는 중동평화특사에서 8년 만에 쫓겨날 것으로 보인다.
1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블레어 전 총리가 유엔과 미국·유럽연합(EU)·러시아 등 4자로부터 받은 특사 지위를 내려놓을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레어 전 총리 측은 자발적 사임이라고 설명했지만 사실상 해임에 가깝다는 것이 지배적 분석이다. 실제로 미국 고위관리들은 블레어의 중동평화특사 하차를 강력하게 주장해왔다. FT는 특히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대표까지 나서 새 중동특사 임명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블레어는 총리직을 떠난 뒤 돈을 좇으며 몰락을 자초했다. 정계 은퇴 이후 외국 정부와 글로벌 기업을 상대로 하는 자문그룹을 차렸는데 특사를 맡은 다음에도 쿠웨이트·베트남·페루를 포함한 국가들과 페트로사우디·JP모건 등 대기업들을 고객으로 관리하며 호화로운 생활을 누려왔다. 반면 외교관 업무는 등한시했다. 한 외교관은 모게리니 대표가 지난달 독일 뮌헨에서 열린 4자 각료급 회의에 블레어를 초청하지 않은 것을 두고 "블레어는 특사로서 성과를 내지 못했으며 세계로부터도 인정받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블레어의 굴욕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9일에는 오는 5월 영국 총선을 앞두고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노동당에 기부금을 냈다가 후보자 2명이 더러운 돈은 받을 수 없다며 거부하는 굴욕을 겪었다. 1월에는 총리 재임시절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에게 보낸 친서가 유출되면서 카다피 정권의 불법행위에 공모했다는 의혹에도 휘말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