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본분 망각하는 박 후보 측근

고대 로마 황제들은 주변 국가나 민족과의 전쟁에서 이겼을 때는 네 마리의 말이 끄는 마차를 타고 개선문을 통해 로마로 입성했다. 황제 측근과 원로원 의원들은 "황제만세"를 외친다.

마차에는 노예가 함께 탄다.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는 황제가 개선문을 통과할 때 이 노비는 사륜마차에서 일어나 황제에게 이렇게 속삭인다.

"당신은 인간입니다. 당신은 인간입니다. 당신은 인간입니다."황제와 측근들이 행여 자만심에 빠져 본분을 망각하거나 교만해지는 것을 경계하고 차단하기 위해서다.

지난달 21일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박근혜 의원이 새누리당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 새누리당 지도부와 박 후보 측근들은 12월 대선까지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겸손하고 겸허한 마음으로 전열을 정비하고 심기일전해야 하지만 돌아가는 사정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전당대회 바로 다음날 박 후보를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 엘리자베스 1세 여왕에게 비유하는 발언이 나오는 분위기 속에서 박 후보 측근들도 점점 눈높이가 높아지고 어깨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박 후보가 1998년 정치에 입문한 후 15년 동안 그를 보필했던 보좌관과 비서관들은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열린 자세로 언론과 세상사람들을 대했지만 이제는 접근하기 어려운 인물이 돼버렸다.

새누리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이를 두고 '사람들이 변했다'라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언론에 대화창구를 열어놓아야 하는 대변인들 중에서는 바쁘다는 핑계로 아예 기자들의 전화나 핸드폰을 받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박 후보에게 우호적인 특정 기자만을 대상으로 특별관리에 들어갔다는 소리도 들린다.

18대 국회의 경우 박 후보에게 쓴소리를 하는 초선의원과 민본21 같은 조직도 있었지만 19대 국회에서는 귀에 거슬리는 고언을 하는 인물들이 드물어 보인다.

대선이 4개월도 남지 않았다. 박 후보 측근들과 새누리당 의원들은 "신은 인간의 교만에 대해 눈물로 보상하게 만들었다"라고 설파한 그리스의 철학자 아르키메데스의 충고를 곱씹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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