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원화의 가치가 휴지 조각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북한 주민들이 미국 달러화 및 중국 위안화를 선호하는 현상이 갈수록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통신은 3일 이같이 보도하면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북한 경제 장악력이 얼마나 약한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 2009년 11월 북한이 단행한 제5차 화폐개혁 이후 외국통화 사용이 가속화했다고 북한 전문가와 탈북자들은 보고 있다. 당시 북한은 구권 100원을 신권 1원으로 바꾸면서 교환 가능한 구권의 양을 제한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자신들이 가진 돈을 신규 화폐로 교환하지 못해 원화를 신뢰하지 못하게 됐으며 북한 정권의 의도와 달리 높은 물가를 잡기는커녕 인플레이션이 더욱 심화됐다.
대북매체 데일리NK에 따르면 화폐개혁 이후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달러 대비 북한 원화 환율은 1달러당 30원에서 무려 8,500원까지 떨어졌다. 북한 원화가 사실상 휴지 조각이 된 셈이다. 반면 현재 공식 환율은 달러당 130원이다.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4월 보고서에서 북한 경제 규모가 215억달러(약 24조2,600억원)인 가운데 20억달러(약 2조2,570억원)가량의 외국화폐가 유통되고 있다고 추정했다. 또 20억달러 중 절반가량은 달러화이며 40%는 위안화, 10%는 유로화라고 밝혔다.
북한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중국과의 교역이 늘면서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특히 위안화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데일리NK의 크리스토퍼 그린 국제문제담당자는 "중국과의 접경지역에서는 거래의 90%가 외국화폐로 이뤄지고 있으며 다른 지역 사설시장에서도 외국화폐 거래비중이 50~80%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또 탈북자의 70%가량이 연간 1,000만달러(약 113억원)를 북한 친척들에게 보내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들이 중국을 통해 돈을 보내면서 위안화가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둔 국제인권연맹(FIDH)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9월부터 외화 유통을 사형에 처할 수 있는 범죄로 다스리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북한이 현재로서는 외화 사용을 근절하기보다는 굴복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