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부자증세도 도마에] 최고 소득세율 1억5000만원 초과로… 야, 한국형 버핏세 발의

대상자 14만명으로 4배 이상 늘어나
"세법 안정성 침해" 새누리는 개정에 반대
비과세 감면 축소 소득공제 손질 등 공평과세 문제는 손놔


19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정치권이 '부자 증세'에 시동을 걸었다.

이용섭 민주통합당 정책위의장은 5일 최고 소득세율 적용 과세표준 구간을 현행 '3억원 초과'에서 '1억5,000만원 초과'로 조정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소득세 최고세율은 지난해 말 이 의장이 주도해 여야 합의로 35%에서 38%로 인상했다. 반년 만에 다시 등장한 '부자 증세'인 셈이다.

민주당은 이미 이 같은 법안추진 계획을 지난 2월 밝힌 바 있다. 4월 총선 전 예고한 과세확대를 입법화하는 절차로 들어간 것이다.

부자 증세 논란은 18대 국회 내내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였다. 19대 국회는 '경제민주화'라는 화두와 맞물려 추동력이 더욱 커졌다. '부자증세'가 단순히 복지 재원을 넘어 사회적 양극화를 해소하는 도구가 된 것이다.

◇여야, 결국에는 부자 증세로=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조세정책은 겉으로 구호가 다를지언정 내용은 큰 차이가 없다. 극소수 고소득자의 증세를 통해 다수인 중산층 이하 표심을 잡겠다는 취지다.

이 의장은 "이번에 법안을 발의한 것은 과세 구간을 소득상위 1%(전체소득자의 0.76%, 납세자의 1.14%)로 확대해 법안의 실효성을 높이고 '한국형 버핏세'가 제 모습을 갖추도록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법안이 통과되면 38%의 최고세율 구간 과세 대상자는 전체 소득자의 0.16%인 3만1,000명에서 0.73%인 13만9,000명으로 4배 이상 늘어난다. 세수도 6,359억원에서 1조150억원으로 두 배 정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새누리당은 일단 법인세ㆍ소득세를 건드리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조세연구원장 출신인 유일호 새누리당 의원은 이 의장의 법안에 대해 "지난 정기국회 때 소득세법을 개정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또 개정한다는 것은 세법 안정성을 침해한다"면서 "(고소득자에게 걷은 세금을 복지재원으로 쓴다는) 뜻은 이해되지만 정치적 의미가 개입돼 좋은 것 같지는 않다"고 비판했다.

한편 여야는 엇비슷한 금융소득 증대 방안을 내놨다. 대기업 총수 일가의 주식양도차익은 물론 금융종합소득과세, 파생상품 거래 등에 세금을 매긴다는 공약이다. 일부 개미투자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방안을 제외하면 기본적으로는 상위 1% 고소득자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민주당이 1대99로 각을 세우고 있지만 우리 역시 다수의 표를 지닌 99%를 두고 소수의 상위 1%부자만을 보고 정치를 하겠나"라고 반문했다.

◇여야 모두 건드리지 않는 공평과세=조세전문가와 여야의 경제통 의원들은 부자 증세 논의가 정작 중요한 지점을 놓치고 있다고 우려한다. 일단 고소득자에 소득세 최고세율을 높이면 이들은 세금을 덜 내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반면 소득이 많을수록 공제도 늘어나는 현행 공제제도는 고소득자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둘이 만난 결과는 결국 고소득자에게 유리한 세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해 말 '조세제도 연구보고서'에서 "세금을 무턱대고 올리면 노동공급과 투자요인을 줄여 오히려 세수를 감소시킬 수 있다"고 법인세 인상에 문제를 제기했다.

개인 소득세도 세율인상이 세수 축소를 가져올 수 있다. 소득 상위 1%인 고소득자는 현실적으로 세무사의 전문적인 도움을 받아 합법적으로 세금을 피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정치권이 이를 알면서도 회피한다는 사실이다. 모두가 부담하고 모두가 혜택 입는 복지 선진국과 달리 한국은 국민 절반 가까이가 소득세를 안 낸다. 이 사실을 들추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일을 여야 모두 쉬쉬하는 것이다.

유일호 의원은 "공평한 세부담을 위해 비과세 감면을 축소하고 소득공제를 전반적으로 손보는 것은 필요하다"고 자인했다. 그러나 여야 누구도 소득공제를 손질하겠다는 정책을 내세우지 않고 있다.

지난해 부자 증세 논쟁 당시 일부 여당 의원이 관련법을 냈지만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에 묻혀버렸다. 경제를 모르는 의원은 내용이 복잡해서, 경제를 아는 의원은 반발 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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