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채동욱 의혹 풀려야 정치ㆍ민생 안정된다

채동욱 검찰총장의 사퇴가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3자 회담까지 한때 흔들렸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15일 “3자 회담에 응하겠다”고 밝히면서 “국가정보원 등 기관의 정치개입 폐해에 대한 분명한 답변을 대통령이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단서를 붙였다. 대통령이 받아들이지 않는 한 분쟁은 더욱 깊어질 수도 있다.

정치권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정국은 더욱 안갯속으로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3자 회담에 대한 국민의 기대를 의식해 대화에 나서면서도 강도 높은 조건을 붙여 대통령과 여당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청와대도 그동안의 침묵을 깨고 “검찰 독립성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공직자 윤리에 관한 문제”라는 반응을 내놓았다. 하지만 검사들이 집단행동에 나서고 간부가 사의를 표명하는 등 검찰 내부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국민 역시 모종의 음모가 있는 것은 아닌가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 또 한번 정국 혼란이 우려된다.

사태 해결방안은 간단하다. 채 총장을 둘러싼 의혹의 진위만 확인하면 된다. 당사자들이 유전자 검사를 받으면 해결될 일이다. 개인 사생활 침해가 후진적이기는 하지만 사실이면 채 총장이, 그렇지 않다면 소문만으로 보도한 일부 언론과 검찰의 독립성 훼손 시비를 가져온 법무부 등이 책임져야 한다. 정치와 민생안정은 그래야 가능하다.

사태가 여기까지 온 것은 말로만 검찰의 독립성을 얘기한 권력의 역사와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불신,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는 정치문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해서다. 3자 회담은 이를 극복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국론분열을 막고 민생에 보다 치열하게 고민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처한 현실은 너무도 냉혹하다. 경기가 회복조짐을 보인다고는 하지만 기업은 투자를 꺼리고 서민 생활도 갈수록 쪼들리고 있다. 고용이 늘어도 청년실업은 해소될 기미가 없다. 정부와 정치권이 힘을 합치고 나서도 모두가 한발씩 양보하는 모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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