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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한 쪽에서 항공기 날개 끝부분을 구성하는 미완성 부품이 대형 작업대 위에서 제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다른 한 쪽에서는 직원들이 항공기 본체 일부에 해당하는 대형 부품 내부를 조립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항공기 부품생산 전문업체를 연상시키는 이곳은 대한항공의 제조사업 거점인 '부산테크센터' 내 한 공장이다.
지난달 30일 직접 찾은 테크센터는 우선 그 규모로 취재진을 놀라게 했다. 테크센터 부지는 약 66만㎡ 규모로 국제규격 축구장(6,400㎡ 이상) 약 103개가 들어가는 크기다. 대한항공은 이곳에서 민항기 부품제조 공장과 군용기 정비 공장, 항공기용 전자부품정비 공장, 항공기 중정비 공장, 생산지원 공장 등 6개의 공장을 운영하는데 각 공장의 크기도 웬만한 축구장 2~3개 규모다.
복합소재2공장에 들어서니 '꿈의 항공기'로 불리는 보잉 B787 드림라이너의 부품제조가 한창이었다. 5m 길이의 B787 동체 후방 부분 구조물이 대형 자동화 장비 사이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다. 철골 구조물 위에 복합소재인 탄소섬유를 입히는 공정. 이건영 민항기 제조공장 사업관리팀장은 "후방 동체에 약 40~50겹으로 탄소섬유를 감는데 이 작업에만 이틀이 걸린다"며 "항공기 동체 부품을 자동 적층장비로 개발해 생산하는 기술은 대한항공이 국내에서 유일하며 세계에서도 4~5곳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은 항공수송 서비스가 주력이지만 이미 지난 1976년부터 항공우주사업본부를 설립하고 항공기 부품 제작과 연구개발사업ㆍ정비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도현준 민항기제조공장 담당 상무는 "대한항공 부산테크센터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항공부품을 생산한 우리나라 우주항공산업의 발원지인 역사적 산업 현장"이라고 소개했다.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는 그동안 해외 항공기 구조물 시장 개척에 나섰던 결실을 최근 속속 맺고 있다. B787 부품만 하더라도 동체 후방부 및 동체 수평재 등 6개 패키지를 대한항공이 독점 생산해 공급한다. 에어버스사에도 A320 및 A350 구조물을 설계에서 개발, 제작ㆍ시험ㆍ인증에 이르는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지연됐던 B787 제작사업에 다시 탄력이 붙고 A320 샤크렛 등이 이달부터 본격 공급되면서 대한항공은 올해 항공우주제조사업에서 6,00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이는 2009년 3,270억원에 비해 3년 만에 2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최준철 항공우주사업본부장(전무)은 "민항기 제조 분야가 본격 성장하면서 항공우주제조사업 전체 매출 가운데 민항기 부품제조 비중이 현 43%에서 내년에는 60%로 대폭 늘게 된다"며 "올해 6,000억원 매출에 이어 오는 2015년에는 매출액 1조원을 돌파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밖에 민항기 및 군용기를 수리ㆍ보수ㆍ개조하는 사업도 항공우주사업본부의 주요 사업군이다. 실제 이날 군용기 공장에는 1970년대 대한항공이 개발한 500MD헬기부터 F-15전투기까지 다양한 군용기들이 수리를 받고 있었다. 대한항공은 올해 군용기 제작 및 정비ㆍ성능 개량에서만 약 1,230억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사업 확대로 항공우주사업본부 인력을 적극적으로 충원하고 있다. 지난해 133명에 이어 올해는 두 배 이상 늘린 280명을 채용한다. 현재 항공우주사업본부 인력은 2,700명 수준이다.
최 본부장은 "대한항공이 항공운송뿐 아니라 세계 수준의 항공우주 종합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경쟁력을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