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보험 출범도 골치인데 우체국보험까지 시장을 잠식하는 통에 더 골치네요. 보험설계사(FC)들이 수당 더 달라고 난리입니다. 회사에서는 사업비 절감하라고 하는데 떠나는 FC들 잡을 방법은 없고 요즘 리쿠르팅(설계사 모집)이 힘들어요."(A생명보험사 한 관계자)
최근 우체국보험이 설계사 모집에 적극 나서자 보험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우체국보험은 올해부터 오는 2013년까지 '성장경영'을 사업목표로 정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1조2,230억원으로 삼성생명(1조6,030억원)에 근접하면서 사상 최고의 실적을 올린 우체국보험은 여세를 몰아 사세를 확장하겠다는 전략이다.
우체국보험의 공격적인 사업확대 움직임에 보험사들은 인력 이탈을 막기 위한 내부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우체국보험의 '러브콜'에 설계사들이 잇따라 자리를 옮기면서 일부 보험사에서는 '설계사 엑소더스'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보험설계사들이 우체국보험행을 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수당'때문이다. 우체국보험은 지난해 설계사 수당체계를 '기본보상금'에서 '실적ㆍ유지율 연동 비례제'로 바꿨다.
기존에는 최우수 설계사라도 수당을 100만원 이상 지급할 수 없어 영업 의욕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하지만 우체국보험은 다른 보험사처럼 실적이 높을수록 수당을 더 많이 받도록 했다. 수당체계도 세분화했다. 신인 설계사에게는 신규정착 수수료와 신규교육 수수료, 정착축하 수수료를 지급한다. 그 이후 FC로 본격적인 활동을 하면 자녀보육 수수료와 자격증 취득 수수료를 추가로 지원하고 계약 유치 수수료 등 활동성과에 따라 별도로 수수료를 지급한다.
이처럼 수당 체계가 바뀌자 우체국보험 설계사 중 억대연봉자가 속출했다. 지난해 우체국보험 연도대상을 수상한 한 FC는 월 2억3,000만원의 매출을 올려 억대 연봉 설계사에 이름을 올렸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민영 보험사의 설계사는 물론 우체국을 떠났던 예전 FC들까지 우체국으로 돌아오고 있다"며 "현재 우체국 FC가 빠르게 늘면서 올 초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20%가량 설계사가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내년 3월 출범 예정인 농협보험이 공격적인 인력 모집에 나서고 있는데다 신협과 새마을금고 등도 공제사업 확장을 올해 주요사업계획으로 내걸고 있다. 시장경쟁력 하락으로 고전하고 있는 민영보험사들에는 이들 사업자가 '눈엣가시'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