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슨 더프너(35ㆍ미국)는 '비운의 연장전 남자'로 기억된다. 지난해 2월 피닉스 오픈에서 마크 윌슨(37ㆍ미국)과 연장전에 패했고 6개월 뒤에는 메이저 대회인 PGA 챔피언십 연장전에서 키건 브래들리(26ㆍ미국)에게 무릎을 꿇었다. 특히 PGA 챔피언십에서는 정규 라운드 4홀을 남기고 4타 차 선두를 달리다 당시 루키였던 브래들리에게 연장에 끌려가 고배를 들었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투어 경력 12년, 무려 164번째 대회 출전 만에 감격적인 생애 첫 우승을 연장 접전 끝에 따냈다.
더프너는 30일(한국시간) 끝난 PGA 투어 취리히 클래식에서 명예의 전당 멤버인 어니 엘스(43ㆍ남아공)를 상대로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더구나 이번 주말 결혼식을 앞두고 있어 의미가 더 컸다.
미국 루이지애나주 애번데일의 루이지애나TPC(파72ㆍ7,341야드)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
더프너는 2언더파 70타를 쳐 이날만 5타를 줄인 엘스에 최종합계 19언더파로 동률을 허용했다. 투어 통산 18승에다 부드러운 스윙으로 장타를 쉽게 내는 것으로 유명한 '빅 이지' 엘스가 치고 올라오면서 더프너의 악몽이 되풀이되는 듯했다. 18번홀(파5)에서 치러진 첫 번째 연장전에서 엘스의 1.8m 버디 퍼트가 홀을 지나치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같은 홀에서 다시 벌어진 대결에서 더프너는 5번 우드 세컨드 샷을 그린에 올려 유리한 상황을 만들었다. 엘스는 드라이버샷이 벙커에 빠지면서 세 번째 샷도 그린에 올리지 못했다. 그린 주변에서 친 엘스의 버디 퍼트가 홀 바로 옆에 멈췄고 더프너는 두 차례 퍼트로 가볍게 버디를 잡은 뒤 환호했다.
우승은 했지만 더프너는 이번 대회에서도 뒷심 부족이라는 약점을 드러냈다. 이날 최종 라운드를 2타 차 선두로 출발했으나 2타밖에 줄이지 못해 위험을 자초했다. 그의 스타일은 기록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이번 시즌 1ㆍ2라운드 평균 스코어가 68.76타로 전체 2위인 반면 마지막 라운드는 71.67타(98위)나 된다. 최근 열린 마스터스에서도 2라운드까지 공동 선두를 달렸던 그는 공동 24위로 마감했다.
우승상금 115만2,000달러를 받은 더프너는 "첫 우승이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 최고의 결혼 선물을 받았다"며 기뻐했다. 엘스는 2010년 2승 이후 2년여 만의 우승 기회를 아쉽게 놓쳤지만 최근 5개 대회에서 세 차례 '톱5'에 입상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한편 루크 도널드(35ㆍ잉글랜드)는 5타를 줄이며 3위(17언더파)로 점프, 2주 전 로리 매킬로이(22ㆍ북아일랜드)에 내줬던 세계랭킹 1위 자리를 되찾았다. 최경주(42ㆍSK텔레콤)는 공동 39위(8언더파), 노승열(21)은 66위(3언더파)로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