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디플레서 '나쁜 인플레'로 직행?

소비세 인상 틈타 제품값 올라
이달 물가상승률 3.5% 전망


일본 경제가 장기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하기가 무섭게 '나쁜 인플레이션'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기업들이 이달 초 소비세율 인상을 틈타 그동안 반영하지 못한 원자재값 인상분까지 포함해 한꺼번에 가격인상을 단행하면서 이달 일본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3%대 중반으로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본 경제가 인플레이션율 2% 달성이라는 '아베노믹스'의 목표를 달성하는 선에서 그치지 않고 가계와 경기를 짓누르는 고물가로 직행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조짐이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시장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달 일본의 물가상승률이 1980년대 초 이래 최고 수준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의 신케 요시키 이코노미스트는 4월 CPI가 지난 1982년 이래 최고 수준인 3.5%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NLI리서치 인스티튜트의 사이토 다로 이사는 3.6%까지 내다보면서 "가계는 이미 실질소득이 줄어든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물가가 가파르게 오를수록 소비가 둔화하고 경기회복력이 약화될 것"이라며 "이 때문에 아베노믹스에 대한 지지도가 약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올해 2월 1.3%에 그쳤던 물가상승률(신선식품 제외)이 돌연 3%대까지 치솟는 것은 이달 초 실행된 소비세율 인상 탓이 크지만 기업들이 그동안 떠안아온 원재료값 인상분을 소비세 인상을 기점으로 한꺼번에 제품값에 반영한 영향도 크다. 소비세율이 5%에서 8%로 오른 데 그친 반면 기업들이 제시한 소비자 판매 가격은 최대 10% 이상 올랐다. 외식체인 요시노야의 일반 덮밥 가격은 7.1%, 도토루 커피 가격은 10% 올랐으며 문구업체 플러스는 1,054개 품목의 제품가격을 평균 12%나 끌어올렸다. 사이토 이사는 "소비세 인상분을 제외한 물가상승률이 이달 1.9%까지 올랐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장기 디플레이션에 빠져 있던 일본 입장에서 물가상승은 반가운 소식이다. 경기회복이 물가상승과 소비증대로 이어지는 디플레이션 탈출의 선순환은 아베 신조 정부의 지상과제다. 그러나 최근의 물가 사정은 임금상승분을 앞지르며 가계를 짓누르는 '나쁜 인플레이션'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물가압력은 일본은행이 경기부양을 위해 준비 중인 추가 양적완화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신케 이코노미스트는 "가계소비가 줄고 경기회복이 둔화될 경우 아베노믹스가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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