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상권 보호를 이유로 대형마트에 대한 판매제한을 추진해 논란을 자초한 서울시가 결국 백기를 들었다. 서울시는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의 51개 판매제한 품목 적용 대상을 신규점 개설에 따른 분쟁발생 지역으로 한정해 권고하겠다고 밝혔다. 정확히 한달 전 기존 점포를 대상으로 하고 법 개정까지 검토한다던 원안을 백지화하겠다는 얘기다. 소비자부터 농민ㆍ중소기업까지 사방에서 빗발치는 비난에 더 버티기 힘들었던 모양이다.
애초부터 무리한 조치였다. 한끼 식사를 위해 재래시장과 대형마트를 왔다갔다하라는 발상 자체부터 탁상행정의 소산이었다. 규제라는 손쉬운 수단으로 골목상권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서민들을 무시한 조치라는 비판 속에 버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시민의 편익을 가로막는 정책의 결말이 어떤지를 이번 서울시의 판매제한 철회가 분명히 보여준 셈이다.
재래시장 활성화와 골목상권 부활이 규제만으로 달성되지 않으리라는 점은 이제 분명해졌다. 그렇다고 영세상인 보호와 대중소업체 간 상생이라는 당초 취지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규제는 또 다른 부작용만을 낳는다는 것을 확인한 이상 방법론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재래시장의 경쟁력을 높여 서민들이 발길을 돌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비위생적으로 비칠 수 있는 시장 주위환경을 정비하고 유통체계를 개선하는 게 첫걸음이다. 재래시장의 특성을 살리는 전문상권을 개발하도록 유도하는 방법도 있다. 인정과 소통이 살아 있는 시장에 전문성까지 더한다면 경쟁력은 배가될 수 있다. 최근 지역 특색이 잘 살아 있는 5일장이나 남대문시장 등에 고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소비자를 외면하는 정책은 실패하기 마련이다. 비단 서울시뿐 아니라 모든 곳에 해당되는 철칙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정책을 내놓기 전에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지 평가하고 기업도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소비자가 용서하지 않는다. 그들은 언제나 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