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제 악재 뚫고 신궁 코리아 지켰다

바뀐 경기 방식 빠르게 적응
여자, 금메달 싹쓸이… 남자, 금1 동1
오진혁, 결승서 日선수에 압승

극심한 세계 양궁계의 견제 속에서도 '신궁 코리아'는 흔들리지 않았다. 지키기를 넘어 오히려 더 강해졌다.

한국 양궁은 4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로즈 크리켓 그라운드에서 열린 런던 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에서 '맏형' 오진혁(31ㆍ현대제철)의 귀중한 금메달을 끝으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우리에게 남자 개인전 금메달은 양궁이 올림픽에 도입된 1984 LA 올림픽 이후 처음이다. 8번째 올림픽 만에 '7전8기'에 성공한 것이다. 이로써 한국 양궁은 이번 올림픽에서 여자부 싹쓸이를 포함, 금 3ㆍ동메달 1개를 휩쓸었다.

한국 양궁의 화려하기 이를 데 없는 성적은 세트제 도입의 거센 도전을 뚫고 이뤄낸 결과라 더욱 뜻 깊다. 양궁은 2010년 4월부터 기존의 다득점제를 버리고 세트제를 적용했다. 한 세트에 3발씩 5세트를 쏴 세트 스코어로 승자를 가리는 방식이다. 세트 승자는 2점, 무승부는 1점, 지면 0점의 승점을 두기로 했다. 가령 한 세트에서 10점 만점을 세 발 연속으로 쏘고 상대가 0점에 머물러도 세트 스코어는 2대0일 뿐이다. 다음 세트로 넘어가면 이전 세트의 점수는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 국제양궁연맹(FITA)이 종목 활성화를 위해 마련해낸 묘수였지만 사실 종목의 특성상 전혀 들어맞지 않는 방식이다. 이번 올림픽은 세트제를 갖고 치르는 첫 번째 올림픽. FITA는 참가국간의 치열한 접전을 기대했지만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한국은 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세트제에 빠르게 적응했고 경쟁국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지게 됐다.

특히 2000 시드니 올림픽의 대표 선발전 탈락이란 충격을 딛고 잡초처럼 일어선 오진혁은 경쟁국의 기세가 유독 매서웠던 남자 개인전에서 정상에 우뚝 서며 한국 남자 양궁에 첫 개인전 금메달을 선사했다. 오진혁은 결승전 12발 중 7발을 10점에 꽂았다. 후루카와 다카하루(일본)를 세트 스코어 7대1로 압도한 결승보다 준결승이 더 고비였다. 다이샤오샹(중국)과의 준결승에서 오진혁은 슛오프(연장 한 발) 끝에 6대5로 신승했다. 오진혁이 먼저 9점을 쐈고 다이샤오샹은 8점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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