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해안 중국 진출 벨트, 경자구역 실패 되풀이 말아야

정부가 인천~평택~군산~영암을 연결하는 서해안 벨트에 중국 진출을 노리는 국내외 기업을 대거 유치할 계획이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이후 중국보다 안정적인 투자환경이나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 수요를 겨냥한 글로벌 기업 등의 문의가 늘고 있어서다.

한중 FTA가 발효되면 중국의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이 낮아지는 만큼 적절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 다만 다른 지역에 터 잡은 국내외 기업들이 역차별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규제완화가 목적이라면 서해안 거점지역에만 국한할 일도 아니다. 서해안을 따라 경제자유구역 수만 늘리는 우(愚)를 범할 수도 있다. 2003년 이후 인천 등 8곳을 경자구역으로 지정했지만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 정책실패를 되풀이할 가능성도 크다. 경자구역의 실패는 규제투성이인데다 기업의 수요보다 지역별 나눠주기라는 정치적 계산을 앞세웠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도 발목을 잡았다.

무엇보다 서해안 벨트, 더 나아가 대한민국을 FTA 시대의 제조·서비스업 수출거점으로 육성하는 전략이 절실하다. 서해안 벨트와 외국 기업에 대한 특혜에 그친다면 다른 지역, 국내 기업과의 역차별 논란에 휘말리기 십상이다. 다만 이 지역을 국내 기업과 수도권에 대한 역차별을 완화하거나 폐지하는 시범구역으로 활용하는 전략은 유용해 보인다. 2005년 자유무역지역으로 지정된 인천국제공항 및 항만 배후단지(총 673만㎡)가 국내 대기업 등에는 그림의 떡이고 보세창고 역할에 그치고 있는 것은 수도권정비계획법 등 이중삼중의 규제장벽 때문이다. 수도권 규제완화에 대한 비수도권의 반발을 외면할 수 없다면 경자구역만이라도 규제혁파의 시범구역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국내 기업을 역차별하지 않고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등 노무 리스크를 낮추는 것도 긴요하다. 그런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투자유치는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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