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오 드라기(사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31일(현지시간) 미국 와이오밍주(州)에서 열리는 잭슨홀 미팅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드라기 총재가 세계 중앙은행 총재들이 집합하는 이번 회의에서 국채매입 재개 등 유럽 재정위기 해법에 대한 '힌트'를 내놓을 것이라고 예상해왔다.
공식적인 이유는 한마디로 "너무 바빠서"다. 드라기 총재 대변인은 28일 "앞으로 며칠간 업무량이 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불참이유를 설명했다. 드라기 총재는 다음달 6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정례 통화정책회의를 열어 기준금리 추가 인하 및 국채매입 프로그램 재개 여부를 밝힐 예정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ECB가 내놓을 카드에 대한 내부조율 작업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드라기 총재는 지난 2일 통화정책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국채매입을 재개해 스페인 등 위기국의 국채금리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ECB 내에서 최대 지분을 보유한 독일 중앙은행(분데스방크) 등은 이 방안에 대해 완강한 반대입장을 고수해왔다. 옌스 바이트만 분데스방크 총재는 "ECB 자금으로 개별국가를 돕는 행위가 유럽연합(EU) 조약을 위배하는 행동"이라며 "국채매입은 마약중독 같은 효과를 낼 것"이라고 거듭 강조해왔다.
이와 별개로 드라기 총재는 다음달 11일까지 EU판 금융감독원 신설과 관련한 초안을 마련해야 하는 업무도 떠안고 있다.
한편으로는 드라기 총재가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는 데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잭슨홀에서 버냉키 의장이 또다시 모호한 발언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며 "차라리 드라기 총재를 주목하는 게 낫다"는 의견을 제시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