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위원회가 노동개혁 대타협에 이른 지 하루 만에 곳곳에서 파열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14일 열린 한국노총 중앙집행위원회가 강경파의 극렬한 반발에 부딪혀 회의 자체를 중단하는가 하면 야당은 개혁안과 법인세 인상 연계방침을 시사하는 등 노동계의 주장을 거들고 있는 모양새다.
노동개혁안이 논란을 빚는 것은 무엇보다 노사정위에서 도출된 합의문 자체가 엉성한 탓이 크다. 말 그대로 큰 틀에서만 합의가 이뤄졌을 뿐 온통 추상적이고 두리뭉실한 문구로만 채워지다 보니 각 세력마다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고 개혁방향을 바꾸겠다고 덤벼들게 마련이다. 일반 해고 및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의 경우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지 않는다'거나 '충분한 협의를 거친다'는 애매한 내용으로 일관해 후속 과정에서 자칫 노동계에 끌려다닐 우려가 크다. 결국 노사정위는 여러 쟁점에 대한 이견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한 채 시간에 쫓기면서 선언적 생색내기에 급급하다 보니 정작 중요한 법제화를 담보하기는커녕 갈등의 불씨만 남겨놓은 셈이다.
이러니 노동계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관측이 흘러나온다고 한다. 정부 주도의 개혁을 일단 차단한 후 노조의 눈치나 보는 정치권을 등에 업고 입법 과정을 질질 끈다면 개혁 자체를 용두사미로 끝낼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공무원연금 개혁에서 공무원노조의 입김에 휘둘리며 시간만 끌다 맹탕 개혁을 내놓아 국민의 공분을 샀던 야당의 전력을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한 얘기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조직을 키우기 위해 노동개혁을 놓고 선명성 경쟁을 벌이고 나서는 것도 심상찮은 조짐이다.
벼랑에 몰린 우리 경제를 살리자면 무슨 일이 있어도 연말까지 서둘러 노동개혁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 노동개혁이 이만큼 진전된 것도 협상 시한까지 못 박고 추진해온 정부의 과단성과 결연한 의지 때문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기득권 세력의 방해를 뚫고 진짜 노동개혁을 성사시키는 것이야말로 전적으로 정부와 여당의 몫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