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민은행, 위안화 가치 강세로 방향전환

큰폭 무역흑자에 시장개입 줄여
기준환율 17개월來 최대폭 하락


중국 인민은행이 9일 달러·위안 기준환율을 전거래일 대비 0.22% 하락(위안화 가치 상승)한 6.1485위안으로 고시했다. 지난 2012년 10월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5월 무역흑자가 5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자 인민은행이 약세를 보이던 위안화 가치를 상승세로 되돌리는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인민은행이 기준환율을 하락세로 몰아가자 시장환율도 내림세로 돌아섰다. 상하이외환시장에서는 이날 오전 달러·위안화 환율이 전거래일보다 0.2% 하락한 6.2380위안에 거래됐고 홍콩 시장에서도 0.16% 빠진 6.2408위안을 기록했다.

블룸버그는 위안화 환율이 바닥을 찍고 올라서려는 강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주말 발표된 5월 수출지표는 중국 경제가 회복되고 있음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프랜시스 청 크레디아그리콜 투자전략가는 "대규모 무역흑자에 따른 달러 유입으로 인민은행이 더 이상 위안화를 약세로 몰고 갈 명분을 잃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인민은행이 시장개입을 줄여 위안화를 강세로 되돌린다 해도 당분간은 변동폭 한계인 2% 이내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위안화의 바닥심리를 이끈 것은 5월 수출지표다. 지난주 말 발표된 중국의 5월 무역지표를 보면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 증가했고 수입은 1.6% 감소하며 359억달러의 무역흑자를 달성했다. 이는 4월 무역흑자의 두 배 가까운 수치다.

앞서 파이낸셜타임스(FT)도 중국 경제가 최악의 성장둔화 국면에서 벗어나고 있는 만큼 위안화가 다시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FT는 그동안 급격한 성장둔화를 막기 위해 위안화를 약세로 이끌었던 인민은행의 시장개입이 약화되고 제조업구매관리자지수(PMI) 등 거시경제 선행지표들이 반등세로 돌아서는 점도 위안화 오름세의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중국의 5월 무역지표 중 수입감소는 경제에 또 다른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철광석·구리 등 원자재 수입 허위송장으로 인한 과다한 무역금융 조사 등이 원인이 되기는 했지만 수입감소는 내수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기대보다 부진한 수입이 중국 경제의 또 다른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WSJ는 5월 중국 수입액이 전달보다 6%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지만 결과는 마이너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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