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사업·지배구조 개편 작업은 이건희 회장이 쓰러지기 전인 2013년부터 이미 본격화됐다. 안정적인 3세 승계뿐 아니라 비주력 사업을 털어내면서 더욱 건강한 '삼성'을 만들기 위한 숨 가쁜 작업이었다.
삼성은 재작년 9월 에버랜드(현 제일모직)가 옛 제일모직 패션사업 부문 인수를 결정하면서 지배구조 개편작업에 박차를 가했다. 삼성 지배구조의 핵심 역할을 하던 에버랜드의 사업 형태를 효율화하면서 실질적 지주회사의 토대를 구축하기 시작한 것이다. 에버랜드는 급식·식자재 사업을 웰스토리로 분사하고 건물관리사업은 에스원에 넘기는 등 효율화를 거쳤다. 이어 지난해 7월 제일모직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26일 다시 삼성물산과 결합하면서 삼성의 실질적 지주회사로 거듭났다. 제일모직은 지난해 12월18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삼성에 지난 2년은 한편으로 전자 같은 주력 사업을 강화하고 방위산업·화학 등 비주력 사업을 털어내는 체질개선의 시간이기도 했다. 재작년 9월에는 삼성그룹의 정보기술(IT) 인프라를 관리하는 삼성SDS가 삼성SNS를 합병했다. 삼성SDS는 지난해 11월14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됐다.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은 장차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듬해 3월에는 삼성SDI가 옛 제일모직 소재 부문을 합병해 삼성전자에 배터리에서 소재에 이르는 각종 부품·소재를 공급하는 계열사로 거듭났다. 이어 삼성은 삼성종합화학에 석유화학을 합친 뒤 지난해 11월 방산(삼성테크윈·삼성탈레스)과 화학(삼성종합화학·삼성토탈) 계열사를 한화에 매각하는 빅딜을 전격 단행한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에 합병을 단행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중복되는 사업 부문을 중심으로 추가 구조조정을 실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대해 제일모직 측은 "건설의 경우 삼성물산은 대형 토목건설, 제일모직은 조경·디자인, 에너지 절감 분야 위주여서 오히려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며 중복 사업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를 일축했다.
실제로 재계에서도 이번 합병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에 큰 초점이 맞춰져 있는 만큼 대대적인 추가 구조조정은 없지 않겠냐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한화와의 ‘빅딜’은 한계사업 정리라는 측면이 강했지만 이번 합병은 그런 구도로 놓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외형적으로 두 회사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관계에 있는 것은 맞다고 봐야 한다”며 “양사가 당분간 사업 부문별 각자 대표체제를 유지하면서 융합 과정을 거치고 이후에도 성과가 나지 않는다면 본격적으로 구조조정의 메스를 들이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