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업들은 노사정 타협 가능성 기대 안한다는데

-주요 50개 기업 설문 '노사정 타협 가능하다' 0%

서울경제신문이 삼성전자·현대자동차 등 주요 50개 기업을 대상으로 최근 경영현안에 대한 긴급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노사정위원회에서 대타협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기대한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또 전체의 88%는 타협 가능성조차 잘 모르겠다고 응답했다니 노사정위의 활동에 회의적인 경영계의 시각을 여실히 보여준다. 상당수 기업들이 노사정위의 대표성이나 구속력에 부정적일뿐더러 정책당국의 입김이 작용할 것이라는 대목도 정부로선 귀담아들어야 한다.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해 출범한 노사정위는 이달 말로 활동시한이 끝나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노사정 3자의 시각차가 워낙 크기 때문에 기껏해야 낮은 수준의 합의에 머무를 것이라는 비관론도 높아지고 있다. 노사는 통상임금과 정년연장, 근로시간 단축 원칙에는 공감하면서도 실업급여 같은 비용부담과 고용해지 요건을 놓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최저임금이나 파견근로자 문제도 마찬가지다. 각각 당파적 이해관계에만 몰두하다 보니 타협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지경이다. 민주노총이 애써 만들어진 노사정위를 내팽개친 채 정치파업의 으름장을 놓고 있는 것도 걱정스럽다.

노사정위는 청년실업을 해소하고 성장 잠재력을 키워야 한다는 절박한 인식에서 출발했다. 노동시장 개혁은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하자면 반드시 넘어야 할 과제다. 노사 양측은 국민들이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본다는 인식 아래 엄중한 책임감을 갖고 한발씩 양보해 납득할 만한 성과물을 내놓아야 한다. 특히 노동시장 유연성은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구체적인 합의가 이뤄져야 마땅하다. 뒷문을 막아놓고 앞문만 열어놓는 식의 미봉책으로는 고용시장의 혼란을 더 키울 뿐이다. 정부도 대타협 시한에 쫓긴 나머지 무리하게 합의문에 매달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노사정위가 남은 일주일 동안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합의를 이끌어내기를 기대해본다.

-야당, 공무원연금 대타협기구서 없느니만 못하다

국회 공무원연금특위 대타협기구의 활동시한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으나 이렇다 할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자칫 공무원연금 개혁 자체가 무산될 위기다. 대타협기구 소속인 김태일 고려대 교수가 제안한 이른바 '김태일안'을 새정치민주연합이 공무원노조 등과 함께 구조개혁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사실상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태일안은 구조개혁과 별도로 저축계정으로 노후소득을 보장하는 것을 골자로 한 대타협기구의 막판 절충안이다.

대타협기구는 새누리당, 정부안과 김태일안 등 세 가지 안에 대해 재정 추계를 통해 최종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러나 공무원연금 개혁 자체가 법 개정 사항이기 때문에 야당이 계속 반대하면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야당의 반대는 당장 17일 청와대 회동에서 문재인 대표가 밝힌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한 방향성 동의라는 기본원칙에도 맞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보면 새정치연합의 반대는 정치적 명분도 없고 '반대를 위한 반대'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야당의 공무원연금 개혁 반대는 기본적으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점에서도 설득력을 잃고 있다. 대타협기구의 활동시한(28일)이 목전임에도 현재까지 야당안을 내놓지 않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다. 그러면서 다른 개혁안에 대한 철회와 시비가 과연 타당한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과정에서 야당과 공동보조를 취하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연금개혁이 되면 연간 2조3,000억원 규모의 내수침체가 예상된다는 해괴한 논리를 내세워 저항하고 있다.

국민 여론은 공무원연금 개혁이 미래 세대를 위한 현 세대의 기본책무라는 점에 동의하고 있다. 그럼에도 공무원집단이라는 당장의 '표(票)'만 의식해 연금개혁에 반대하는 것은 정치적으로도 하루살이식 자살행위일 뿐이다. 오죽하면 경제계 원로들조차 "박근혜 정부의 공무원연금 개혁에 통 크게 협조하라"고 쓴소리를 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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