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추진비로 주점 가고… 법인카드로 생활비 쓰고…

지방의원 도덕적 해이 심각

지방의회 의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유흥주점 등에서 업무추진비를 사적으로 이용하고 국외 출장에 이해관계자를 동행하고 외유성 연수를 떠났다.

국민권익위원회가 24일 공개한 지난 7~8월 동안 광역시ㆍ도의회 3곳과 기초의회 6곳을 선정해 의원들의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과 해외연수 실태 조사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 권익위는 부당 사용된 업무추진비는 환수 요구하고 부패 의혹 사건은 수사의뢰하기로 했다.

권익위 조사 결과에 의하면 A지방의회 위원장은 유흥주점에서 총 109건, 755만원을 법인카드로 결제했고 B의회는 술집 등에서 30회에 걸쳐 270만원을 법인카드로 계산했다. 또 다른 의원은 주점에서 클린카드로 57번 결제한데다 저녁식사 이후 술 접대에도 이를 사용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모 의회 부의장은 가족 명의로 운영되는 식당의 매출을 올리기 위해 45회에 걸쳐 업무추진비 820만원을 지출하기도 했다.

법인카드를 개인 생활비처럼 쓴 경우도 많았다. 경기도 의회의 한 상임위원장은 가족이나 지인과 식사하며 수시로 법인카드를 사용했고 경기도 도의원 한 명은 제주도와 강릉에서 휴가를 보내며 식사 후 87만원을 법인카드로 결제했다. C의회 의장은 어머니 생일잔치를 하며 법인카드를 사용했고 면세점에서 지인에게 줄 화장품ㆍ양주 등의 선물을 구입할 때도 법인카드를 이용했다.

관련 업자를 국외 출장에 동행시켜 향응을 제공받은 것도 적발됐다. 지방의원 12명은 중국과 우호협력 강화를 위한 출장에 처음에는 명단에 없던 지역 농업회사법인 이사를 동행시켜 출장 중 향응을 제공받은 의혹이 제기됐다. 이 법인은 2012년 보조사업비 9억원을 지원 받았다. 이 외에도 D지방의회가 이집트와 터키 연수 중 나일강 크루즈, 각종 신전 관광을 하고 E지방의회는 미국 방문 중 그랜드캐니언ㆍ국립공원 관광에 각각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는 등 지방의회의 국외연수에 외유성이 짙은 것으로 드러났다.

권익위는 의회 예산을 이용해서 의원들이 전별금, 국내외 연수 격려금, 배우자 및 부모 입원 격려금 등을 중복 지급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F지방의회 의원 20명은 자신의 지역구 초ㆍ중ㆍ고 졸업생 368명에게 표창패를 중복 수여해 매년 예산 1,450만원을 낭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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