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 교수는 서울대병원의 임상의사다. 사실 이 교수처럼 임상의사가 연구를 병행하는 일은 국내에서는 흔치 않다. 현재 의학계는 출연연구기관이나 대학에 속한 기초의과학자가 연구를 담당하고 임상의사는 병원에서 환자를 상대로 진료를 담당하는 것으로 양분돼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실험보다는 환자를 진료하는 일이 좋아 의사가 됐지만 전공의 시절 지도교수의 연구에 참여하면서 실험에 흥미를 느꼈고 결국 두 가지를 병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임상의사가 연구를 병행하다 보니 어려움도 많다. 이 교수는 "외래환자와 입원환자를 진료하고 전공의 등을 챙기는 일까지 하다 보니 연구에만 집중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라며 "환자를 보는 일은 즐겁지만 임상의사에게도 연구만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미국이 부럽기만 하다"고 아쉬워했다. 미국의 경우 임상의사의 연구가 국책과제로 선정되면 1년 중 2∼11개월 동안 병원으로부터 월급을 받지 않는 대신 환자도 진료하지 않으며 연구만 할 수 있다. 임상의사에게도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 교수는 임상연구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국내에서는 임상연구가 제약회사에서 진행하는 연구인 것처럼 호도돼 정부의 연구비가 배정되지 않고 있다"며 "실험연구나 중개연구(동물을 사용하는 연구)에만 연구비가 배정되다 보니 임상연구 도중에 한계에 부딪히는 의사들이 많다"고 말했다.
환자에게 특정 약물을 복용시키거나 자기공명영상(MRI)을 촬영하게 하는 등 비용이 드는데 이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제 경우에는 운이 좋아 많은 연구비를 지원 받았지만 대다수의 교수들은 연구비 부족으로 임상연구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