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IS파괴" 시리아 공습… '약체외교' 중동전략 변화 예고

美 공군력+지상 파트너 지원 강화… 아랍·서구권과 연합 전선 구축
이라크에 미군 475명 추가 파병
지지율 하락에 떠밀리듯 개입… 지상군 투입 처음부터 배제
"IS 근절 어려워" 회의론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이슬람 수니파 반군인 '이슬람국가(IS)'를 파괴하겠다며 시리아 공습을 선언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라크 내전 등에서 '약체 외교'로 일관한다는 비난이 거센 가운데 지지율 급락으로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패배할 위험이 커지자 정면승부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중동 전략 전환에도 지상군 파견은 처음부터 배제해 실제 IS는 근절하지 못한 채 전임 정부처럼 중동의 수렁에 빠질 수 있다는 회의론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9·11테러 13주년을 하루 앞둔 이날 오후9시 백악관 연설에서 "미국을 위협하면 어디든 안전한 피란처가 없다는 사실을 IS가 알게 될 것"이라며 "시리아 공습을 주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IS는 이슬람도 아니고 국가도 아니라는 두 가지 사실을 분명히 한다"며 "IS를 분쇄하고 궁극적으로는 파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오바마 대통령은 이라크에서의 IS 공습도 확대하는 한편 시리아 반군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이라크와 쿠르드군을 지원하기 위해 미군 475명을 추가 파견해 주둔 미군 규모를 1,600명으로 늘리겠다고 덧붙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IS와 같은 암(cancer)을 근절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이번 대(對)테러 캠페인은 우리의 공군력과 (이라크·시리아 등) 지상 파트너에 대한 지원 강화를 바탕으로 꾸준하고 단호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앞으로 미국은 IS의 위협을 물리치기 위한 광범위한 연합전선을 이끌 것"이라며 주변 아랍국, 서구 동맹국들과 공동작전을 펴겠다는 뜻을 분명히 나타냈다. 이에 따라 이번 IS 공격은 미군 주도의 공습과 이라크 정부군, 쿠르드군, 시리아 반군의 지상전 지원, 국제사회의 동맹 규합 등 세 방향으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 시리아 공습을 처음으로 밝히면서 오바마 행정부의 중동 전략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종전을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됐고 지난 2011년 2월 이라크 철군 이후 중동 지역 군사 개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1년 전에도 화학무기 사용 의혹을 받았던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에 대한 공습 결정을 의회에 떠넘겼다가 철회하는 등 신고립주의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번 시리아 공습을 전임 조지 W 부시 대통령처럼 중동 문제에 대한 전면적 군사개입의 신호탄으로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 이날 오바마 대통령은 "미군은 전투 임무를 띠고 있지 않다"며 지상군을 파견하지 않겠다는 뜻을 거듭 확인했다. 한마디로 이번 결정은 지난달 미국인 기자 2명의 참수사건으로 'IS 응징'을 원하는 미국 내 비판 여론에 떠밀린 고육지책의 성격이 짙다는 얘기다. 워싱턴포스트(WP)와 ABC방송이 9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시리아 공습에 찬성하는 응답자 비율은 65%에 달했다.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더 이상 머뭇거리다가는 11월 중간선거에서 상원마저 내줄 수 있는 위기에 몰린 셈이다.

이처럼 떠밀리듯 군사개입에 나서면서 이번 시리아 공습이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미국은 지상작전의 경우 이라크 정부군이나 쿠르드군, 시리아 반군을 지원하는 형태로 개입하는 한편 공습 역시 서방 동맹국과 연합전선을 형성해 단행하려 하기 때문이다. 지상군을 투입하지 않고 공습만으로 IS 지도부와 조직을 일망타진하려 할 경우 민간인 희생만 커질 수 있다. 이라크 정부군이나 시리아 반군의 작전능력 역시 미약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미국의 IS 격퇴전략에 참여 의사를 표명한 국가가 38개국에 이른다고 밝혔지만 군사행동에까지 동참할 국가가 얼마나 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특히 작전의 성패를 쥐고 있는 중동 우방국들의 반목과 오바마 행정부에 대한 불신이 걸림돌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등 수니파 국가들은 "미국이 시리아 정권 축출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바람에 그 틈을 타 IS가 세력을 확장했다"며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 또 이들 국가는 같은 수니파인 IS를 공격했다가 시아파인 이란과 이라크 정부 좋은 일만 시켜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IS가 근절돼도 새로운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출현하고 미국 내 테러 위험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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