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역사가 더욱 과학적으로 되어가면서 동시에 하나의 예술이 되기를 기원한다. 역사는 문서, 생각, 상상력으로 만들어진다』「돈과 구원」을 쓴 아날학파의 자크 르 고프의 말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중세의 교회와 신학자, 교회법 학자, 그리고 설교자들과 고해 사제들이 고리대금이라는 죄를 어떻게 다루었는가를 살핌으로써 오늘날 우리가 「경제적」이라고 부르는 현상에 종교가 끼친 영향을 보여준다. 그야말로 저자 특유의 역사기술의 진수를 맛볼수 있는 「돈과 구원」은 고리대금업자에 주목한다. 고리대금업자에 대한 그의 관심은 「자본주의의 출산과정」이라는 보다 큰 틀에 이어져 있다. 그는 전통적으로 하나님과 돈을 대립시켜온 종교가 어떻게 재산을, 그것도 부당하게 취급한 재산을 정당화하는지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다시말해 고리대금에 포함되던 행위들이 대거 합법적인 이자 대부의 영역으로 옮겨가고 많은 고리 대금업자들이 돈뿐만 아니라 천국에 갈 희망까지 얻게되는 과정을 흥미롭게 추적하고 있는 것이다. 김정희 옮김. 【이학사·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