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인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서민 6만여명의 6조원이 넘는 빚을 별다른 보호대책 없이 대부업체에 팔아넘겨 금융 소외자들의 고통을 가중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캠코는 또 국가 재산인 교보생명 지분 9.9%를 해외 연기금에 헐값에 매각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감사원은 캠코와 예금보험공사를 상대로 '부실 금융자산 인수 및 경영실태' 감사를 벌여 이 같은 사실을 적발했다고 18일 밝혔다. 캠코는 지난 19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진 빚을 갚지 못한 사람 등 6만1,327명의 채권 6조3,922억원을 2012년 9월 TY머니와 제일호더블류 등 대부업체 2곳에 단순 경쟁입찰 방식으로 351억원에 매각했다. 채무자 대부분은 신용회복기금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서민들이었지만 캠코가 별다른 보호약정을 맺지 않아 채권을 넘겨받은 대부업체들은 전 방위로 채권 추심에 돌입했다. 이 때문에 착실하게 빚을 갚던 채무자의 집까지 경매에 넘어가는 등 감사원 조사에서만 여러 건의 서민 고통 사례들이 수집됐다.
캠코는 또 2012년 보유 중인 교보생명 지분 9.9%를 매각하기에 앞서 예정가격을 부적정하게 결정, 국민 세금으로 조성된 공적자금을 최대한 회수하는 데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다. 캠코는 당시 교보생명 지분을 캐나다 온타리오 교직원 연금 측에 주당 23만원, 총 4,680억원에 매각한 바 있다. 하지만 감사원은 비슷한 시기에 거래된 교보생명 지분가치 등을 고려할 때 주당 1만5,000원 이상 매각가격이 낮게 결정된 것으로 추정했다. 감사원은 다만 캠코의 교보생명 지분매각 담당자들이 '적극행정면책신청'을 한 데 대해 "업무를 위법·부당하게 처리하긴 했지만 공적자금 조기 상환의 필요성 등을 고려해 징계요구를 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