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컨슈머에 속 끓는 소셜커머스

구두 굽 부러져 얼굴 다쳤다며 성형수술 요구 등 악성민원 늘어
고객서비스 인력·보상 늘리지만 악의적 대응 막을 방법 어려워


경기불황 속에도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소셜 커머스 기업들이 블랙 컨슈머(black consumer)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블랙 컨슈머란 구매한 상품의 보상 등을 목적으로 의도적인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소비자를 일컫는 말로, 소셜 커머스 시장이 커지면서 허무맹랑한 이유를 내세워 보상을 요구하는 블랙 컨슈머가 급증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불황으로 보다 싼 제품을 찾는 고객이 늘면서 소셜커머스 이용자수가 급증하는 추세다.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대표적인 기업인 쿠팡의 경우 올 1월 891만3,058명이던 방문자 수가 6월에는 945만4,107명으로 늘었다.

그러나 소셜 커머스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식당이나 마사지, 스킨케어는 물론 옷이나 구두 등의 상품을 이미 사용한 뒤 주관적 판단에 따라 비이성적인 보상 요구를 하는 사례가 왕왕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소셜커머스 기업인 A사의 경우 여성 구두를 구입해 이미 1개월간 착용한 고객이 "걷다가 맨홀에 끼는 바람에 구두굽이 부러지면서 얼굴에 상처를 입었다"며 성형 수술비를 요구하는 웃지 못할 상황을 겪기도 했다. A사 관계자는 "다행히 조사기관 의뢰 등의 과정에서 합의해 수술비를 지급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택시비나 일반 응급치료 비용 등을 어쩔 수 없이 해당 고객에게 지급했다"고 말했다.

또다른 소셜커머스 기업인 B사의 경우 스킨케어 서비스를 이용한 한 고객이 "피부에 트러블이 생겼다"는 이유로 1억 원 가량의 보상금을 요구해 한바탕 소동을 벌였다. 결국 해당 소비자를 설득해 최악의 상황을 면했다. B사 관계자는 "아무리 회사가 고객 입장에서 생각한다고 하더라도 고객들이 느낀 서비스의 질이나 예상치 못한 사태까지 책임지고 보상하라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각 소셜 커머스 기업들은 블랙컨슈머에 대응하기 위해 고객서비스 인력을 수 백 명까지 늘리고 보상제도까지 도입하는 등 해결 방안 마련에 나서고 있기는 하지만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블랙 컨슈머들을 일일이 대응하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특히 블랙컨슈머들의 불만이 주로 주관적인 느낌이나 비이성적인 요구들이 많다 보니 이를 충족시키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들이 온라인과 모바일 환경 발달에 힘입어 "인터넷이나 언론에 해당 사실을 알리겠다"거나 "소비자 동호회에 제보하겠다"는 등 사실상 협박조로 일관하고 있는 것도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고객관리서비스를 강화하고는 있지만 블랙컨슈머들이 인터넷상에서 익명으로 회사에 대한 악의적 대응을 하기 시작하면 막을 방법이 없다"며 "블랙 컨슈머들이 고객이라는 우월한 지위를 앞세워 유통업계 내에 또 다른 갑을 관계를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