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률폭등세 다소 진정/5일만에

◎외환당국 개입… 1불 1,710원 마감/두차례 상한선 “널뛰기장세”/30분새 3백원 등락도「1700 고지를 사수하라.」 정부가 한국경제의 부도를 막기 위해 사실상의 최후 방어선을 폈다. 12일 외환시장은 포성없는 전장이나 다름없었다. 이날 원화환율은 개장 1분만인 상오 9시31분 곧장 상한선인 달러당 1천8백91원까지 치솟았으나 당국의 개입으로 1천7백10원까지 하락했다. 이후 9시48분 전일보다 1백19원 낮은 1천6백원까지 내려갔다. 그러나 10시 이후 달러 매입세력의 거센 공세에 밀려 1천7백원대를 넘어섰고 10시20분께 다시 상한선인 1천8백91원을 기록했다. 다급해진 외환당국은 「시장에서 달러를 못살 경우 한은이 달러당 1천7백원에 공급하겠다」고 발표하며 매입세력의 분산을 시도했다. 이같은 양동작전이 먹혀들었는지 환율은 다시 하락세로 반전, 전장을 겨우 1천7백50원에 마감했다.<관련기사 3면> 후장들어 1천8백원선을 넘나들던 환율은 하오 3시 무렵부터 힘겹게 1천7백원대로 안정되기 시작, 이날 하오 4시30분 1천7백10원으로 마감했다. 이에 따라 13일 기준환율은 전일보다 18원10전 오른 1천7백37원60전으로 결정됐다. 이날 외환시장의 거래물량은 10억3천만달러.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신청 이후 통상 거래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한은이 온갖 심리전과 물량공세를 병행한 결과 예상 밖으로 보유 외환을 그리 많이 소모하지 않고도 일단 1차방어에 성공한 셈이다. 하지만 이날 외환시장은 상한선인 1천8백91원 고지를 두번이나 빼앗겼고 불과 30분만에 환율이 무려 3백원이나 오르내리는 극도의 혼란상을 노출했다. 한은이 본격적으로 시장에개입한 것은 지난달 20일 환율변동폭 확대 이후 23일만의 일이다. 한은은 이날 「1천8백원선이 뚫리면 순식간에 2천5백원까지 치솟고 이렇게 되면 국가부도를 면할 수 없게 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어느 때보다 강력하게 시장방어에 나섰다. 환율폭등과 외환시장 마비상태를 막지 못할 경우 당장 수출입 마비로 인한 공황상태를 면할 길이 없는데다 주식·채권 등 자본시장 개방, 기업의 상업차관 도입 허용 등 각종 조치의 효과가 반감, 하루하루 만기도래하는 외채를 갚을 길이 없게 되는 궁지에 몰린다. 외환당국은 이날 어쨌든 마지노선을 힘겹게 방어하는데 성공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다음주초 외환시장에서 다시 벌어질 달러전쟁에서 외환당국이 이기기 위해서는 서둘러 외국인의 대한 불안심리를 해소하는 수밖에 없다. IMF 프로그램보다 더 강도높은 주식회사 한국의 자구계획을 마련하고 이의 실천을 담보하는 의지를 보여 외국인의 신뢰를 얻는 길밖에 없다는 지적이다.<이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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