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사태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크고 작은 모임에서 빠질 수 없는 화제일 뿐만아니라 신문은 한보 관련기사로 도배질되고 TV 등 방송 매체도 한보 관련 보도에 열을 올리고 있다.온 국민의 걱정거리이고 관심의 대상인 만큼 언론이 거기에 부합해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흥미 위주로 사건을 보도하거나 근거 없는 설을 앞다투어 보도하는 것도 언론의 상업성을 고려하면 다소 이해가 안가는 것은 아니지만 정말 너무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언론이 집중 보도하고 있듯이 특혜대출의 배후를 밝혀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국민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도 바로 이 부분임에 틀림없다. 철저히 내막을 규명하여 국민들의 궁금증을 풀어야 할 것이고 관련자를 법에 따라 응징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한보 사태가 우리에게 던진 과제가 단지 대출압력 배후규명만이 아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조금 시야를 넓혀 이번 사건이 야기한 모든 문제를 전체적으로 생각하고 국가경영의 차원에서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 온 국민의 지혜를 모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부도난 한보철강은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인지, 한보그룹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한보그룹계열사의 협력업체는 어떻게 도와주어야 할 것인지, 경제가 불황에 접어든 시기에 설상가상으로 덥친 한보사태의 충격을 어떻게 최소화하여 이 위기를 극복할 것인지, 부정대출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제도를 어떻게 바꾸는 것이 좋은지 등등 한보사태가 우리에게 던진 숙제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더구나 우리에게 당면한 문제는 한보사태만이 아니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말이 있다. 우리가 처한 난국이 아무리 어렵다 하더라도 냉정하고 끈기있게 노력해서 이 상황을 탈출해야 한다. 한보사태가 아무리 중차대한 사건이라 하더라도 한 사건에 나라 전체가 매달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경제를 망쳐버려서도 안 되고 나라의 발전에 도리킬 수 없는 상처를 입혀서도 안된다.
우리 국민성에는 좋은 점도 많으나 나쁜 점의 하나로 냄비근성을 흔히 꼽는다. 화끈하게 달아올랐다가 갑자기 시들해지는 이 성격을 이번 한보사태후의 반향을 보면서 새삼 상기하게 된다. 아무리 중대한 사안이라도 그건 그것대로 처리하고 또다른 사안을 돌볼 여유를 가질 수는 없는지, 격분해 문제를 대할 것이 아니라 시종일관 차분하면서 야무지게 사태를 처리할 수 없는지 안타깝다. 이러한 때에 참다운 언론의 역할이 무엇인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