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창] 파생상품시장 위험관리와 메르스

윤석윤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시장본부 상무


최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는 관리되지 않은 위험이 얼마나 큰 파장을 불러올 수 있는지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고 있다. 각자가 속한 우리 사회의 위험관리 시스템을 뒤돌아보는 것도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금융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국내 파생상품 시장에서는 시장참여자들에게 노출된 가격변동 위험을 이전·분산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주가지수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다양한 상품들이 거래되고 있다. 이 상품들의 기본 특성은 거래 대상물을 미래에 인도하는 계약으로 종료될 때까지 항상 결제불이행의 위험이 존재한다.

파생상품 시장에는 '시스템 리스크'라는 용어가 있다. 이는 마치 메르스처럼 시장참여자의 채무불이행이 다른 참가자들의 채무불이행을 연쇄적으로 불러일으켜서 금융시장 전체의 위험으로 전이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결제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한국거래소는 일별 손익을 주고받는 일일정산으로 결제금액을 소액화시키고 계약이행보증금 성격의 거래증거금을 부과해 담보관리를 하는 등 청산소로서의 역할도 함께 수행하고 있다.

청산소는 금융투자상품 거래의 양 당사자 사이에서 상대에 대한 채무를 인수하고 해당 거래의 결제이행을 보증하기 때문에 중앙당사자(CCP·Central Counter Party)라고도 한다. 또 다수 거래상대방 사이의 복잡한 채권·채무 관계의 차감을 통해 시장 전체의 결제 규모를 축소해 그만큼 위험을 경감시켜주는 기능도 한다.

지난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는 한 국가의 시장에서 발생한 위험이 다른 시장으로 쉽게 전이될 수 있다는 점에서 세계 각국에 경종을 울렸다. 이에 따라 2009년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는 시장의 투명성 제고와 시스템 리스크 확산의 방지를 위해 장외에서 거래되는 표준화된 파생상품을 청산소를 통해 청산하도록 법제화하는 데 합의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6월부터 국내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는 장외 파생상품인 원화이자율스와프(IRS)에 대해 한국거래소를 통한 청산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향후 장외 파생상품 시장의 위험을 보다 폭넓게 관리 할 수 있도록 청산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또 국제 자본시장에서의 협력이 중요시되면서 한국거래소는 국제결제은행(BIS) 등 국제기구가 마련한 국제기준(PFMIs)의 준수와 미국·유럽 등 주요국들과의 공조체제 구축에도 힘을 쏟고 있다.

금융시장에서 청산소의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으나 대중에게는 아직도 생소한 것이 현실이다. 다양한 파생상품이 거래되는 거래소의 그림자 뒤에는 매매 후 위험을 관리하고 결제를 완결해 시장의 안정판 역할을 하는 청산소가 투자자들의 자산과 금융 시스템을 지켜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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