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파업이 장기화하면서 결국 승객이 사망하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잇따른 열차 지연 등으로 불편을 호소하던 시민들은 이제는 "열차 타기 겁난다"며 불안에 떨고 있다.
철도파업이 8일째에 접어든 16일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에 따르면 15일 오후9시께 당고개에서 오이도로 가는 4호선 지하철이 정부과천청사역에서 김모(84)씨가 열차에 끼인 상태에서 열차가 출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목격자의 신고로 김씨는 병원으로 긴급 후송됐지만 끝내 사망했다. 사고 차량의 기관사는 원래 근무하던 필수유지인원이었지만 출입문 개폐 등을 담당하는 차장은 외부 대체인력인 교통대 학생이었다.
파업이 시작될 때부터 안전사고 위험성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실제로 지난 12일 새벽에는 경북 의성군 비봉역 인근에서 장생포에서 만종으로 가던 화물열차 1량의 한 쪽 바퀴가 빠지면서 탈선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고로 청량리와 부전을 오가는 무궁화호 열차 두 대가 지연됐다.
같은 날 오전11시께에는 서울 노원구 월계동 광운대역으로 회송하던 코레일 소속 지하철 1호선이 청량리역과 회기역 사이에서 30분간 멈춰 섰다. 회송 중인 전동차여서 승객은 없었지만 사고로 1호선 상·하행선이 멈췄다.
이제까지는 다행히 인명피해가 없었지만 이번 사망사고로 날마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은 불안에 빠졌다. 지하철 4호선을 타고 금정에서 강남으로 출퇴근하는 이효정(26)씨는 "내가 날마다 이용하는 지하철에서 사망사고까지 났다고 하니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씨는 "출퇴근 시간에는 열차를 평소처럼 운행한다지만 또 언제 줄어들거나 지연될지 모르는 일 아니냐"며 "오늘 저녁에는 지하철 대신 버스를 타고 집에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1호선으로 인천과 서울을 오가는 직장인 강재영(32)씨는 "열차가 지연될때는 그냥 화가 나고 짜증이 났는데 사람이 죽었다니 이제는 공포감마저 든다"고 말했다.
철도노조는 무리하게 KTX와 전동열차를 100% 운행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목표를 맞추기 위해 대체인력을 투입하면서 이 같은 사고가 발생했다는 입장이다.
현재 코레일은 필수유지인력 8,502명과 대체인원 6,008명으로 열차를 운행하고 있다. 대체인원에는 내부 직원이 4,710명으로 대다수지만 교통대 학생 238명 등 외부인원도 1,298명이 있다.
하지만 코레일은 "전동열차 승무원은 특별한 자격이나 경력이 필요하지 않다"며 "출입문 기기나 개폐장치 이상은 없었으며 정확한 사고 원인은 경찰에서 조사한 뒤 밝혀질 것"이라고 대응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과 서울을 비롯한 5개 지역 노조 본부장 등 노조 지도부 10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지금까지 세 차례 경찰에 나와 조사를 받을 것을 요구했지만 마지막 출석 요구일인 15일 오전10시까지 경찰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며 "체포영장을 발부 받는 대로 이들을 강제구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코레일은 노조 집행부 등 194명을 경찰에 고소한 상태다.
아울러 경찰청 보안수사대는 철도노조 조합원 등 5명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입건해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경찰은 지난 4월부터 철도노조 조합원 등으로 구성된 '철도한길자주노동자회'를 수사한 결과 의장 김모(52)씨 등 5명이 이적표현물을 가지고 있는 등의 혐의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입건된 5명 가운데 김씨와 전 사무국장 전모(46)씨는 철도파업과 관련해 코레일로부터 고소됐다.정부와 코레일의 강경 대응에 철도노조는 이날 "사측과 경찰이 정당한 파업을 탄압하는 것은 인권침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