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회피 꼼수 막을 법적 근거 마련… 편법 경영권 승계 제동

■ 회사 통한 증여도 과세 대상 첫 판결
일감몰아주기 근절 핵심 '상속·증여세법' 정치권도 주목
일단 과세범위 넓혔지만 어떻게 얼마나 매기나는 과제로

흥국생명 해고자들이 지난 2010년 서울서부지검에 태광그룹 계열사의 비자금 조성, 편법 증여 등에 관한 고발장을 접수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회사를 통한 '우회증여'가 증여세 과세 대상이라고 법원이 판단함에 따라 재계는 그로 인한 파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서울경제DB


법원이 회사를 통한 '우회증여'가 증여세 과세 대상이라고 첫 판단을 내림에 따라 앞으로 회사를 통한 재산의 편법 증여 및 경영권 승계 등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번 판결의 근거가 된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세법)은 사회 일각에서 '재벌세법'으로 불린다.

과세당국은 대기업 기업주가 재산 상속이나 증여 과정에서 새로운 유형의 '기법'을 선보이면 뒤늦게 이를 따라가 법을 바꾸는 모양새를 보였다.

논란이 됐던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 방식이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지분 매각, 주식 스와프, 인수 합병과 같은 방법에 과세 당국이 선제적 대응을 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변칙적인 증여에 응분의 세금을 매길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서 회사를 통한 재산의 편법 증여 및 경영권 승계 등을 제어하는 효과가 생길 수 있다는 예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판결의 근거가 된 상증세법은 현재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재벌 일감몰아주기 근절 4개 법안'중 핵심으로 꼽히고 있어 법조계는 물론 정치권의 이목 역시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등 야당 소속 의원들이 최근 발의한 상증법 개정안은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를 '편법 증여'라고 보고 영업 이익에 물량 몰아주기 비율만큼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이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삼성과 현대차, SK, LG, 롯데 등 5대 대기업집단 총수 일가가 내야 하는 증여세는 기존 개정안 보다 2배 이상 늘어 매년 1,300억여원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과제 역시 남겨뒀다. 상증세법상 증여세 과세 대상이 되는 범위를 넓히기는 했지만, '그렇다면 증여세를 어떻게, 얼마나 매겨야 하나'하는 문제점에는 해석의 여지를 뒀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A씨 등에 대한 증여세 부과처분을 취소하라며 그 이유로 "증여재산 가액을 계산할 때 단순히 증여가 이뤄진 시점을 전후로 주식가액 차이를 기준으로 삼는 것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주가 가치가 오른 것은 증여세 과세 대상이라고 본 것이지만, 그 이득은 간접적이며 아직 본인에게 돌아오지 않은 미실현 이득이라는 측면에서 공정하고 정확한 계산방법이 요구된다는 의미다.

재판부는 또 '회사가 증여 받은 재산과 관련해 법인세를 납부했다면 그러한 사정을 감안해 증여세를 처분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결국 더 세밀하고 공정한 기준을 만들어야 하는 것은 과세당국의 몫으로 남겨진 셈이다.

한편 재계는 이번 판결이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곧두 세우고 있다. 주식 외에 다른 방법과 수단을 통해 경영권 승계를 해 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인데 증여세 포괄주의에서는 과세대상에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 LG, 현대차 등 대다수 기업들이 경영권 승계 작업을 하고 있거나 진행중이다. 증여세 포괄주의가 확산될 경우 경영권 승계에 드는 비용이 현재 보다 더 많아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법원 판결에 의하면 우회 증여 역시 세금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래 저래 경영권 승계에 소요되는 비용에 대한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편법증여 자체가 옳지 못한 일로 재계 역시 반성해야 하는 것은 맞다"며 "하지만 현재 상속ㆍ증여세 세율이 높다 보니 우회증여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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