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중반 이상의 세대면 누구나 기억하겠지만 일제시대와 6·25 전후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사회에서는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금언이 회자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소박하리만큼 직설적이면서도 암담한 상황을 헤쳐 나가려는 절박한 심경을 새삼스레 엿볼 수 있는 것 같다.그런 절실한 마음으로 단결하였기에 오늘날의 우리 사회가 건설되지 않았는가 생각된다.
사람은 어려운 때일수록 단결하게 되어 있고, 또 그 단결을 통하여 위기를 극복해 나간다.
기본적으로 인간이나 사회는 불완전하기 때문에 서로 돕지 않으면 안되는 것을 알면서도 막상 위기를 당하지 않으면 자신의 불완전성에 대해 망각하고 사는 것이 그 속성이기도 하다.
최근 몇 년 사이 우리 경제가 시련을 겪으면서 기업들간에도 힘을 합하고 협력하는 사례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전략적 제휴나 공동마케팅으로 대별되는 이러한 사례들은 상호 경쟁적 관계를 탈피하여 보완, 협력의 길을 모색해 나간다는데 특징이 있다.
그리하여 동업종 또는 이업종의 기업들이 상호 보완적 분야에서 결합하여 함께 세계 유수의 기업들과 경쟁한다든가, 공동상표를 개발하여 여러 기업들이 같은 상표를 사용하면서 판매, AS, 기술개발 등을 함께 하여 효율적인 마케팅활동을 추구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 주에는 필자가 재직하는 중소기업은행과 기술신용보증기금 사이에 지역특화산업을 영위하는 중소기업을 공동지원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였다. 이 협약의 취지는 성장잠재력이 있고 지역경제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는 업종에 대하여 기술신용보증기금이 보증을 서고, 중소기업은행이 자금을 지원하자는 것으로 중소기업의 자금난과 함께 담보난까지도 일괄 해결해 주자는데 주안점이 있다.
중소기업 자금문제는 행정당국이나 어느 한 금융기관만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모든 경제주체, 그리고 모든 지원기관들이 나서서 협력하여야만 해결될 수 있다.
이번에 우리 은행과 기술신용보증기금과의 업무협약은 비록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양기관간 특성을 살려 상호 추천한 기업에 대하여는 가장 간편하고 유리한 조건으로 공동지원하기로 하였다는 점에서 중소기업지원기관간의 유례없는 공동마케팅(?)이나 다름없다고 자평하고 싶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궁핍하고 고난에 찼던 시절에 회자되던 금언이, 이제는 어려움에 처한 중소기업은 물론 모든 중소기업지원기관들에도 통용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