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규제완화 통해 기업투자 등 떠밀지만 외투기업과 역차별… 공장도 못 짓는다


대기업 A사는 최근 수도권에 위치한 경제자유구역에 공장을 짓기 위해 사전조사를 실시했으나 꿈을 접었다. 경제자유구역특별법의 제약은 없지만 수도권정비계획법이 대기업의 공장 신ㆍ증설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별법이 상위법이지만 하위 법령인 수도권정비계획법에 의해 국내기업의 투자가 수포로 돌아간 것이다. 반면 외국인투자기업(외투기업)은 아무런 제약 없이 공장을 지을 수 있는 것이 현실. 이렇게 국내기업은 외투기업에 비해 말도 안 되는 역차별을 받고 있다.

기업도시 건설을 목표로 만들어진 '기업도시특별법'의 주인공도 삼성ㆍ현대차ㆍSKㆍLG 등 한국 기업이 아니라 외투기업이다. 외투기업에 대해서는 세제혜택을 주는 것은 물론 각종 의무고용 규정도 적용하지 않는다. 외투기업은 근로기준법에 상관없이 무급휴일이나 무급생리휴가도 줄 수 있다. 우리 기업이 기업도시에 입주하면 이 같은 혜택은 꿈도 못 꾼다.

2일 서울경제신문이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단체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외투기업과 국내기업의 역차별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들어 새로 만들어졌거나 개정된 개발ㆍ인허가ㆍ조세특례법 등에서 외투기업에 혜택을 주는 조항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업계에서는 "대한민국은 외투기업 천국"이라는 자조 섞인 푸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외투기업과 국내기업 역차별은 여러 법령에서 찾을 수 있다. 상법에서도 외투기업은 이익배당과 현물출자 등에서 국내기업과는 다른 우대를 받고 있다. 단군 이래 최대 간척사업으로 불리는 새만금도 외국인 기업과 우리 기업에 많은 차별을 두고 있다. 외투기업은 세제혜택은 물론 임대료 감면, 편의시설 설치자금 지원, 반영구적인 임대 등의 혜택을 받는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기업투자 촉진을 위해 최근 들어 규제완화에 나서고 있지만 동시에 외투기업과 국내기업 간 역차별 해소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경기개발연구원의 김군수 박사는 "외투기업과 국내기업 간 차별이 더 심해지고 있다"며 "규제완화 못지않게 역차별 조항도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도 "외투기업에 대한 각종 혜택 등이 국내기업에 대한 역차별 측면이 있다"며 "외투기업 혜택은 '괜찮고', 국내기업 혜택은 '특혜'라는 이분법적인 시각이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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