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보증보험이 독점하는 보증보험시장에 경쟁체제를 도입하는 방안이 솔솔 나오고 있다. 보험연구원은 지난주 정부와 예금보험공사ㆍ손해보험회사 관계자들이 참석한 비공개 정책토론회를 갖고 경쟁체제로의 전환을 촉구했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경쟁원리 도입을 지지한다. 그러나 보증보험의 경쟁체제는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경쟁체제 도입에는 세 가지 전제조건이 필수적이다. 첫째 서울보증보험에 투입된 공적자금의 회수 문제다. 모두 11조9,161억원의 공적자금 가운데 상환액은 3조7,434억원에 불과하다. 공적자금 미상환이 남아 있는 가운데 경쟁체제를 도입하는 것은 국고로 환수돼야 할 국민의 세금을 민간 손보사의 미래 이익으로 넘기자는 것에 다름 아니다.
두번째는 경쟁체제를 도입한다면 그 형식이 보증보험사 신설이 아니라 손보사에 배분돼야 한다는 것이다. 1989년 설립된 제1보증보험사인 한국보증보험이 정부와 금융감독기관의 고위퇴직자를 위한 고액연봉을 제공했을 뿐 기대했던 경쟁 효과는 전무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서울보증보험에 투입된 공적자금의 대부분이 당시 대한ㆍ한국 양사 경쟁체제의 산물이었다는 점 역시 되새길 필요가 있다.
세번째, 산업자본의 금융업 진출에 대한 원칙이 먼저 정리될 필요가 있다. 보증증권 발급은 은행의 대출업무와 직결되기에 손보사의 보증보험 취급은 자칫 사회적 합의도 없이 재벌에 의한 금융지배를 용인하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만약 손보사들의 참여가 허용된다면 국내 보증보험은 대한보증보험 설립으로 단일화하기 이전인 1970년 이전 상태로 되돌아가게 된다. 대한보증으로 통합은 과당경쟁에 따른 적자 탓이었다. 외환위기 직후 서울보증보험으로 재통합된 이유도 양사 과당경쟁의 누적된 결과였다.
여러 전제조건을 해결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경쟁체제라는 당위성에 매달린다면 결과를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또다시 과당경쟁이 일어나고 그 폐해는 국민의 부담으로 증폭돼 돌아올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