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보험 전 보험사 허용/업계 판도변화 예고/생­손보 대격돌

◎신설생보·후발손보/자연도태 불보 듯/부익부빈익빈 가속노동부가 새로 도입되는 퇴직연금보험의 수탁기관을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으로 포괄 정의키로 방침을 정함에 따라 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퇴직연금보험시장을 놓고 생·손보업계간 한판 승부가 불가피해졌다. 노동부는 13일 입법예고할 예정인 근로기준법시행령에 퇴직연금보험 취급기관을 「인보험(생명보험)회사」가 아닌 「보험회사」로 포괄규정키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기존 종퇴보험을 대체할 것으로 보이는 퇴직연금보험 시장을 놓고 생보사와 손보사간의 사활을 건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퇴직연금보험은 근로자가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받을 것인지 아니면 연금으로 받을 것인지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보험으로 사실상 기업연금의 일종이다. 시장규모는 일반기업의 총퇴직금 추계액 등을 합쳐 대략 30조원선에 달한다는게 중론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퇴직연금보험이 등장할 경우 빠른 속도로 기존 종업원퇴직보험 시장을 잠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퇴직연금에 가입할 경우 기업체 입장에서는 종전 1년단위 일시금으로 납입해야 했던 퇴직적립금 부담을 수년에 나누어 연금형태로 부담하게 돼 자금부담이 크게 줄어드는데다 종업원 입장에서는 퇴직금을 전액 사외 유보시킴으로써 안정적인 퇴직금 지급을 보장받게 되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그동안 생보사가 독점해왔던 종퇴보험이 퇴직연금보험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손보사가 과연 어느정도나 시장을 잠식할 수 있을 것인가가 주요 관심사다. 퇴직연금보험이 도입될 경우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될 곳은 바로 종퇴보험 의존율이 높은 신설생보사들이다. 자산운용 능력이 뒤쳐지는데다 대출경쟁력에서도 후순위로 밀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계열생보사를 갖고 있지 않은 대형손보사들이 계열사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얻어 보험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등장하는 등 시장판도 변화도 예상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퇴직연금보험의 관건은 자산운용 능력과 대출경쟁력에 달려 있다』며 『자산운용 기법이 부족한 신설 생보사나 후발 손보사들은 경쟁에서 뒤쳐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험시장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관계자는 또 『현대해상 LG화재 등 계열생보사를 소유하지 않은 재벌계열 손보사들이 자체그룹의 퇴직연금 물건을 독차지할 가능성이 크다』며 『보험업계에 대대적인 판도변화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편 생보업계는 정부가 퇴직연금보험 취급기관을 일반적인 「보험회사」로 규정한 것과 관련 『상법과 보험업법상 손보사가 인보험업무를 취급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으며 손보사들은 퇴직연금 관련 신상품 개발에 착수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편 98년부터 종퇴신탁을 취급할 예정인 은행들은 이 때 퇴직연금신탁도 같이 취급할 수 있도록 요구할 예정이어서 1, 2금융권간 퇴직연금을 둘러싼 영역다툼도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이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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