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지리의 고장 공주 계룡산, 도참사상 서린 영산… 천신의 길을 따라 걷다

고찰 신원사~연천봉~갑사 코스… 경사 완만하고 호젓한 산행 제격
신록 물든 계곡은 더위 씻어주고 정상에 서면 탁트인 금강 한눈에

연천봉은 계룡팔경 중 제3경으로 이곳에서 바라보는 낙조가 아름답다.

신원사에서 오르는 산길 초입에는 제법 넓은 계곡으로 맑은 물이 흘러 더위를 씻어준다.

창벽은 일찍이 조선의 명문 서거정이 ''중국에는 적벽이 있고 조선에는 창벽이 있다''고 했을 만큼 아름다운 금강변의 절벽이다.


충청남도 공주시를 비롯, 논산시·계룡시와 대전광역시 유성구에 걸쳐 있는 계룡산은 우리에게 갑사와 동학사, 그리고 산의 주봉인 천황봉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계룡산의 간판인 두 절과 천황봉을 이미 섭렵했다면, 그리고 이미 그 코스를 여러 번 가봐서 이제 새로운 등반로가 필요한 사람이라면 새로 추천할 만한 산길이 있다.

공주시 쪽 신원사로 들어가 연천봉을 거쳐 갑사로 내려오는 코스다. 이 코스의 장점이라면 동학사로 오르는 길에 비해 계곡이 발달해 있고 경사가 완만해 오르기에 부담이 없다는 점이다. 게다가 연천봉 정상에서는 사방으로 트인 전경이 아름답다.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갑사로 내려오는 코스는 경사가 가파르다. 하지만 가파른 내리막을 내려와 고즈넉한 갑사의 경치를 둘러보는 것은 계룡산을 찾는 또 다른 즐거움이 될 수 있다.

◇연천봉=연천봉은 계룡산의 연봉 중 하나로 높이는 738m에 달한다. 천황봉에서 보면 북서쪽에, 관음봉을 기준으로 하면 서쪽에 위치해 있다. 북서쪽의 갑사 계곡과 남서쪽 계곡인 신원사 계곡 사이로 뻗은 계룡산의 산줄기에 솟아 있는 봉우리로 계룡산의 주봉인 천황봉을 에워싼 20여 봉우리 가운데 하나다. 연천봉에 오르려면 신원사 쪽을 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신원사 쪽의 경사가 훨씬 완만하기 때문이다.

계룡산의 어느 구석, 어느 골짜기에 예외가 있으랴마는 신원사에서 오르는 산길에도 기도와 치성을 드리는 무속인들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이들이 차려놓은 제사상 구경에다 완만한 경사가 어우러지면서 산행 초반은 어렵지 않으나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산 아래로 흘러내리는 기울기가 가팔라 등산객의 호흡을 헐떡이게 만든다.

마지막 8부 능선에서부터는 나무 계단이 모습을 드러내 용기를 북돋우면서 잠시 아드레날린의 분비를 촉진하는데 이것도 그저 계룡산이 등반객들을 향해 던지는 인사치레일 뿐이다. 올라가는 오르막 계단의 경사 역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연천봉은 계룡팔경 중 제3경으로 이곳에서 바라보는 낙조가 아름답다. 실제로 연천봉에 오르면 이곳의 낙조를 소개하는 입간판이 있는데 요즘처럼 해가 길고 전등이 준비돼 있다면 떨어지는 석양을 구경할 만하겠으나 갑사 쪽 하산 길은 경사가 심한 만큼 이른 하산을 권한다.

계룡산은 풍수지리적 특징으로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아왔다. 특히 1393년(태조2년) 신도 건설 이후부터 풍수설과 어우러지면서 각종 예언과 연결되는 중요한 장소가 됐다.

실제로 기자가 지난 2008년 대선을 앞두고 풍수지리와 관련한 정치인들의 행적을 취재해보니 대권에 꿈을 가지고 있는 사람 치고 선산을 충청남도, 그것도 계룡산 근처에 모시고 있지 않은 사람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다. 원래 충청남도에 선산이 없는 정치인 중에서도 상당수는 대선이 임박해 이장을 한 사람들이었다.

더 황당한 것은 그 기사가 나가고 얼마 되지 않아 기자가 근무하는 편집국으로 지관인 듯한 노인이 찾아와 '왕기가 서린 길지(吉地)를 알고 있느냐?'고 다그쳐 물은 일까지 있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연천봉 바위에 새겨진 글자(石刻)가 예사로이 보이지 않았다. 석각 옆에 세워진 입간판은 '석각은 계룡산이 갖는 도참적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문화자원'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입간판에 따르면 연천봉 바위에 새겨진 문구 중 '방백마각(方白馬角) 구혹화생(口或禾生)'의 의미는 '방(方)은 사(四)방이요, 글자도 4획이라 4를 뜻하고 마(馬)는 오(午)인데 오라는 글자는 80(八十)을 의미한다고 하며 각(角)은 뿔이고 모든 짐승이 두 개의 뿔을 가지고 있으므로 2가 된다'고 한다. 이를 모두 더하면 482라는 숫자가 된다. 두 번째 문장에서 구(口)와 혹(惑)자를 합치면 국(國)자가 되고 화(禾)와 생(生)을 합치면 이(移)의 옛 글자가 된다. 전체를 다시 조합하면 '사백팔십이년국이(四百八十二年 國移)'라는 구절이 돼 조선은 개국 482년 만에 망하고 새로운 시대가 도래한다는 의미로 해석돼왔다고 한다.

하지만 석각이 언제 조각됐는지를 모르는 마당에 이 같은 도참사상의 신뢰성은 담보할 길이 없다. 조선의 왕업이 500년 만에 망한 것은 맞지만 그 많던 잠룡이 선산을 옮겼어도 대통령이 된 사람은 아버지·어머니를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에 모신 사람이기 때문이다.

◇창벽=창벽은 충청남도 공주시 반포면 마암리에 있는 바위 절벽이다. 일찍이 조선의 명문 서거정이 '중국에는 적벽이 있고 조선에는 창벽이 있다'고 했을 만큼 아름다운 금강변의 절벽이다. 계룡산이 금강으로 달려와 국사봉을 이루고 한번 굽이쳐 청벽산을 이뤄 금강과 맞닿은 곳이 바로 '창벽(蒼壁)' 또는 '청벽'이라 일컬어지는 곳이다. 창벽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사시사철 푸른 금강 물과 울창한 숲이 오르는 길을 덮고 있다.

창벽에 올라서면 북으로는 장군산과 무학봉이 보이고 남으로는 국사봉을 포함한 계룡산의 능선이 이어진다. 창벽 아래에는 뱀장어·잉어·붕어 등 민물고기를 전문으로 하는 물고기 음식점이 많다. 담백한 매운탕에 등반 후 밀려오는 허기를 더 하면 진수성찬이 따로 없다.

■ 공주 맛집 '갑사 가는 길'


살 오른 참게 매운탕 "시원하네"


'갑사 가는 길'은 장어구이와 참게매운탕으로 유명한 지역의 맛집이다. 이 집의 주메뉴는 참게매운탕인데 작은 민물참게로 끓인 매운탕이지만 참게의 껍질 속에 살이 실한 편이다. 주인에게 비법을 물으니 게의 살이 오르는 철에 대량으로 구매해 냉동을 해놓고 사시사철 사용하기 때문이란다. 국물도 얼큰하고 시원한 편이다. 장어구이도 나름 담백하다. 참게매운탕이 4만원, 장어구이는 양념구이·소금구이 모두 2인분에 4만원이다. 반포면 마암리 589-5, (041)863-1300



/글·사진(공주)= 우현석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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