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와 똑같이 움직인다면 백전백패"
정시출발 셔틀노선화·기업우대 할인에 해외서도 인터넷 예매·결제 시스템 갖춰
"항공사 경영은 늘 새로운 도전의 연속… 동남권 젊은이들이 꿈꾸는 회사 될것" '신규 취항지의 지점장, 신설팀의 팀장, 신설회사의 사장.' 김수천(55ㆍ사진) 에어부산 사장이 항공업계에 23년간 몸담으면서 맡았던 업무들은 대부분 무언가를 새로 만들어 기틀을 닦는 일이었다. 김 사장은 "본의 아니게 항상 도전하고 개척하는 것이 삶의 한 부분이 됐다"고 말했다. 지난 2008년 3월 맡은 자리도 부산 지역에서 새로 출범하는 저비용항공사의 수장이었다. 김 사장은 "사실 사회생활도 한 석탄회사에서 신규사업을 찾는 일로 시작했다"며 "그냥 운명인 것 같다"며 웃었다. 김 사장이 초대 대표이사로 출범한 에어부산은 지난 2008년 10월 김포~부산 노선에 첫 취항한 후 1,000일 만에 탑승객 500만명을 돌파하며 빠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국내선 3개, 국제선 6개를 운영 중으로 지난해 영업흑자를 기록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데 익숙한 그지만 에어부산 사장으로 처음 왔을 때 정말 막막했다고 한다. 김 사장은 "국내에 이미 세계적인 네트워크와 경쟁력을 갖춘 항공사가 두 군데나 있는 상황에서 그들과 똑같이 움직인다는 건 백전백패하는 길"이라며 "20년간 대형항공사에서 배웠던 틀을 완전히 버려야 했다"고 회상했다. 다행히 과거 경험은 큰 자산이 됐다. 신입직원을 뽑아 교육을 시키며 신시장을 개척했던 과거와 달리 다행히 경험 많은 인력이 큰 힘이 됐다. 김 사장은 "몇 개월간 임직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난상토론ㆍ끝장토론을 하고 지혜를 모으는 과정을 거쳤다"며 "결국 '가장 안전하고 편리하면서 저렴한 항공사'라는 지향점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안전과 편리함, 저렴함'이라는 세가지 핵심 가치가 단순히 듣기 좋은 표현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해왔다. 대표적인 것이 '3060' 일정이다. 에어부산은 김포~부산 노선에서 서울발 부산행은 매시 30분에, 부산발 서울행은 매시 정각에 출발하도록 고정시켜놓았다. 이른바 '셔틀노선'이다. 에어부산은 김포~부산 첫 취항 당시 하루 9번의 스케줄로 운행했다. 대주주인 아시아나항공의 항공스케줄을 그대로 이어받은 일정이었다. 이후 한 대의 항공기를 새로 도입해 일일 15회 운행으로 늘었지만 경쟁사의 하루 22회 운행보다는 여전히 모자랐다. "운행 횟수 기준으로 에어부산은 경쟁사보다 불편한 항공사였습니다. 하지만 생각의 틀을 횟수에서 시간으로 옮겼어요. 사람들이 매시 운행한다는 점을 알게 된다면 시간 확인 필요 없이 믿고 이용할 수 있게 되잖아요. 이게 에어부산식 '편리함'입니다."실제 3060 시스템을 적용한 후 김포~부산 노선의 점유율은 20%에서 현재 45%까지 늘어났다. 기내식도 마찬가지다. 김 사장은 국내 저비용 항공사 가운데 유일하게 일부 노선에 뜨거운 음식(Hot Meal)을 기내식으로 제공한다. 비행거리가 상대적으로 길고 식사시간 앞뒤로 운항하는 부산~타이페이와 부산~도쿄 두 개 노선에서다. 뜨거운 음식을 제공할 경우 비용이 늘어나는 부담이 있지만 이용객들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서비스는 모두 제공해야 한다는 원칙을 지키려는 것. 같은 맥락에서 에어부산은 저비용항공사 중 드물게 김포~부산 노선에 신문을 제공하고 있다. 김 사장은 편리함과 저렴한 가격을 제공할 수 있도록 원가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나름의 기틀도 만들었다. 인터넷 예매 시스템을 활성화한 아이디어가 대표적이다. 그는 "대부분의 항공사들은 여행사를 통해 항공권을 예약하고 구매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며 "이는 방대한 관리인력과 조직이 필요한 방식이기 때문에 저비용 항공사만의 전략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방침에 따라 에어부산은 손쉽게 인터넷 예매를 할 수 있도록 사이트 구축에 투자해 현재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예약과 결제까지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 그는 "기존 대형 항공사의 항공권 인터넷 예매율이 2% 수준인 반면 에어부산은 인터넷 구매율이 60% 수준"이라고 소개했다. 아울러 에어부산에는 전통적인 개념의 기내지가 없다. 다만 에어부산의 항공권을 쿠폰으로 사용할 수 있는 세계 각국의 레스토랑ㆍ호텔ㆍ쇼핑센터 등 파트너 업체 정보가 담긴 책을 비치하고 있다. 기내지 콘텐츠를 발굴하고 제작하는 인력과 조직 비용을 줄여 고객들에게 혜택을 더 주려는 의도다. 김 사장은 "에어부산만의 운영 모델은 아직 완성된 상태는 아니라 앞으로 환경변화에 맞춰 지속 가능하도록 다듬어나갈 것"이라며 "다만 외부환경이 변하더라도 안전함과 편리함, 저렴함이라는 큰 원칙은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출범 이후 꾸준히 성장한 에어부산이지만 김 사장도 2008년 하반기 금융위기가 닥쳐올 당시는 어려웠던 순간으로 기억하고 있다. 기업들이 출장여비를 줄이는 것이 문제였다. 다만 김 사장은 당시에도 자신은 있었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아시아나의 신규 노선인 광저우의 지점장으로 근무하며 노선 폐지 위기도 극복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김 사장은 외환위기로 국내 여행수요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중국인 여행자유화를 이용해 중국인 여행객 수요를 이끌어냈다. 발상의 전환으로 광저우 노선은 당시 흑자노선으로 거듭났다. 금융위기 역시 김 사장은 오히려 저비용 항공사의 경쟁력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로 삼았다. 이에 탄생한 것이 기업 우대 프로그램이다. 특정기업의 이용실적을 등급화해서 차등할인율을 적용했다. 많이 이용할수록 가격을 낮춰주는 식이다. 그는 "당시 비용을 아끼려던 기업들이 국내 출장은 에어부산을 이용해야 한다는 규정을 만들기도 했다"며 "어려운 여건이 오히려 기회가 된 셈"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항공산업은 늘 새로운 창업을 하는 것과 같다고 설명한다. 신규노선을 취항할 때마다 새로운 사업체가 생기는 셈이라는 얘기다. 김 사장은 "항공사를 경영하는 것은 늘 새로운 도전의 과정"이라며 "창조적인 도전을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항공사가 가진 매력"이라고 밝혔다. 김 사장은 "에어부산의 성공 모델을 계속 추진해나간다면 오는 2015년에는 부산 기점 항공사 가운데 가장 풍부한 네트워크와 경쟁력을 갖춘 항공사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부산과 동남권 젊은이들이 꿈꾸는 회사가 될 것"이라고 비전을 제시했다.
▦1956년 부산 ▦1975년 부산고 ▦1982년 서울대 중어중문학과 졸업 ▦1988년 아시아나항공 입사 ▦1998년 광저우 지점장 ▦2000년 중국팀 팀장 ▦2002년 인사팀 팀장 ▦2004년 인사노무부문 이사 ▦2005년 HR부문 상무 ▦2007년 여객영업부분 상무 ▦2008년 아시아나항공 전무 ▦2008년 3월~ 에어부산 대표이사 사장 |
■ '샐러리맨 신화' 金사장의 직장생활 비결 김 사장은 말단 사원에서 시작해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에게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일궈낼 수 있었던 나름의 비결을 묻자 그는 "도전을 피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김 사장은 "어려운 상황이나 복잡한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그냥 덮어버리거나 피한다면 보람이나 성취를 이룰 수 없다"며 "상황이 아무리 복잡하더라도 찬찬히 뜯어보고 물고 늘어진다면 새로운 기회와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사장은 "물론 젊은이들이 좋아할 만한 말은 아니다"라고 웃으면서 에어부산이 부산~타이페이 노선을 개설할 당시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에어부산은 지난 1월27일 부산~타이페이 노선을 주 7회로 취항했다. 에어부산이 취항하기 전까지 이 노선은 대만의 부흥항공이 약 5년 동안 주 3회 취항하며 독점하던 노선이었다. 김 사장은 "이 노선의 수익률을 회의적으로 봤기 때문에 다른 업체들이 뛰어들지 않은 것"이라며 "모두가 외면하는 노선을 주 7회로 뛰어드니 업계에서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부산~타이페이 노선 수요는 4만명가량. 에어부산이 주7회 운행해 수지타산을 맞추려면 탑승객이 9만명을 넘겨야 했다. 에어부산은 항공시장에서 외면 받는 부산~타이페이 노선을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김 사장이 노선분석에 매달려 보니 독점으로 요금은 비쌌고 대만발 부산행 티켓은 판매를 하지 않고 있었다. 같은 한국~대만 노선인 인천~타이페이 노선은 이미 탑승율이 84% 수준을 넘어 포화되고 있는데다 부산에서 대만을 가기 위해 일부러 인천을 가는 수요도 만만찮았다. 무엇보다 인천~타이페이 노선과 부산~타이페이 노선 이용비율이 25배 가까이 차이 났다. 김 사장은 "두 노선 차이를 10분의1 수준으로만 줄여도 10만명의 추가 수요가 발생한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런 김 사장의 판단은 주효했다. 남들이 거들떠보지 않던 부산~타이페이 노선이 올 상반기 흑자를 달성하는 쾌거를 올렸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덮어두지 않고 매달린 것이 수익성 있는 노선을 발굴하는 성과로 이어진 것"이라며 웃었다. |
■ 에어부산은 에어부산은 제주항공과 함께 지역을 기반으로 한 대표적인 저비용항송사(LCC)다. 지난 2007년 창립해 약 1년간의 취항 준비를 거친 후 2008년 10월 김포~부산 노선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운항에 들어갔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이 46%의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로 있으며 부산광역시가 5%로 2대 주주다. 나머지 지분은 태웅과 서원유통ㆍ동일ㆍ부산롯데호텔 등 부산 지역 기업들이 1~4%가량 보유하고 있다. 취항 2년이 되던 지난해 매출 1,208억원에 영업이익 37억원으로 흑자를 달성했으며 올해 매출 1,616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에어부산 운영방식은 특히 LCC 탄생을 앞두고 있는 일본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일본 니케이신문 계열의 웹진 니케이트렌디넷은 지난달 에어부산의 나리타 취항을 보도하며 저렴한 운임과 서비스 등을 호평하기도 했다. 니케이트렌디넷은 보도에서 "좌석 간 충분한 간격과 기내식, 음료 무료서비스까지 모두 대형항공사와 차이를 느낄 수 없었을 정도"라며 "에어부산 홈페이지를 이용하면 출발일 전날까지 특가운임으로 구입할 수 있다"며 에어부산의 운영방식을 소개했다. 아울러 에어부산이 나리타~부산~후쿠오카로 이어지는 일본 국내 여행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에어부산은 현재 부산~김포와 부산~제주, 김포~제주 등 국내선과 부산을 기점으로 후쿠오카와 오사카ㆍ나리타ㆍ타이베이ㆍ세부ㆍ홍콩으로 취항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