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인모 삼성엔지니어링사장은 요즘 대형 건설사들과 힘겨운 수주경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들어 삼성엔지니어링이 정부 발주 공사를 잇달아 수주하면서 건설사들의 견제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삼성엔지니어링이 국내 일반인들에게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지난해 2002년 월드컵 주경기장 건설 공사를 따내면서부터. 현대건설을 주간사로 한 대기업군과 중견기업군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한 삼성엔지니어링의 수주경쟁은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으로 불리었다.
관련업게에서는 「다윗군」인 삼성엔지니어링의 수주가능성을 「제로(0)」라고 까지 얘기할 정도로 힘에 부치는 싸움이었다.
하지만 21세기의 새벽을 여는 상징적인 이 공사를 따낸것은 「다윗전사」였다.
이 싸움의 주역은 단연 梁사장이었다. 그는 입찰 포기를 종용하는 내외부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기획력과 치밀한 전략으로 대형 건설사들의 자존심을 무너뜨리면 승리를 낚아 올렸다. 삼성엔지니링은 이어 경부고속철도 차량기지 프로젝트까지 따내면서 대형 건설사들과의 본격적인 경쟁에 뛰어들었다.
올들어서도 이같은 대형 건설사들과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지고 있다.
석유화학분야에 강세를 보여온 삼성엔지니어링은 정부의 환경설비 공사 발주가 턴키 방식으로 바뀌면서 지방자치단체의 하수 종말 처리장과 오폐수 처리시설, 소각로 설비 등을 잇달아 수주하면서 환경 설비 전문 엔지니어링 업체로서의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
석유화학과 가스, 정유등의 기존 사업부문과 함께 환경설비 부문을 21세기의 새로운 주력 사업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삼성엔지니어링은 국내 엔지니어링 업체들의 건설사와의 통합화 추세 속에서 대기업계열 엔지니어링업체로는 유일하게 전문 엔니지어링사로 남게돼 건설사와의 생존을 건 경쟁에 나서야할 입장이다.
하지만 梁사장은 엔지어링업체와 건설사와의 통합은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전문 엔지니어링 업체의 경쟁력이 뛰어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엔지니어링사는 석유화학과 정유·가스·발전·환경 등을 주 사업영역으로 하면서 턴키분야 중심으로 성장해온 반면에 건설사는 토목과 건축·주택 등의 시공분야 중심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따라서 두 분야는 시장과 업무 프로세스 그리고 고객의 특성과 기술에서 다른 성격을 갖고 있어 물리적으로 통합할 때는 시너지 효과보다는 역효과가 클 수 밖에 업습니다.』
梁사장은 최근들어 해외에서 발주되는 거의 모든 플렌트는 엔지니어링회사에게만 입찰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며 『전문 엔진어링업체의 턴키사업 관리 운영 능력이 점차 강조되는 추세』라고 강조했다.
梁사장의 전문 엔지니어링 업체에 대한 이같은 애착은 해외 건설현장에서 익힌 그의 국제 감각때문이다. 梁사장은 지난 66년 중앙일보 공채 3기로 입사해 그룹 회장 비서실 팀장과 뉴욕지점, 프랑크 푸르트지점장, 이라크·리비아 사업본부장 그리고 삼성 물산 부사장겸 건설부문 해외사업본부장을 역임했다.
80년초에는 삼성건설로 자리를 옮겨 창사이래 최대의 해외 프로젝트였던 1억5,000만달러 규모의 리비아 제철소 건설사업을 수주하는 역량을 발휘하기도 했다.
그의 이력에서 나타나듯 굵직한 해외 사업들에 관여하면서 「해외영업의 달인(達人)」,「국제 신사」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럽게 따라 다녔다.
이같은 해외사업에 대한 기반을 바탕으로 지난 96년 12월 삼성엔지니어링의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부임한 그는 태국과 대만·인도·이집트 등에서 잇달아 각종 프로젝트를 수주, 국내 엔지니어링 업체의 해외 진출을 선도해 나가기 시작했다.
梁사장의 해외 시장개척에 대한 열정은 IMF구제금융 시대라는 어려운 경영 여건아래서도 여전히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지난해 동남아 시장의 붕괴에도 불구하고 신시장 개척에 나서 이집트와 독일·아르헨티나·중국등을 누비며 무려 10억달러에 달하는 수주액을 기록했다.
국내 엔지니어링 업계에서 해외 시장 개척의 선봉에 서왔던 그는 이제 국내 유일의 독자적인 대형 플랜트 엔지니어링 회사의 수장 이라는 무거운 짐을 떠안게 됐다.
『싱글 삼성이라는 보호막이 완전히 사라지고 철저한 경제논리에 입각한 독자 생존 경쟁이 우리앞에 전개되고 있습니다. 건설사와 엔지니어링사의 합병 등 업계간 새로운 질서 형성의 핵심도 결국, 각 개별 기업의 독자 생존 능력에 크게 좌우될 것입니다. 따라서 현 위기상황을 타파하고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대내외적인 어떠한 경쟁 환경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우위 체질의 확보가 가장 시급하고도 중요한 현안이 되고있습니다』
梁사장은 올 신년사를 통해 이미 국내 유일의 대형 플랜트 엔지니어링 업체로서의 경쟁력 기반 구축에 나설 것을 강조했다. 한발 앞서가는 경영의 바로 그의 경쟁력임을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이훈 기자 LHOON@SED.CO.KR
◆양인모사장 이력
▲1940년 전남 구례생
▲58년 광주고, 65년 외국어대 독일어과 졸업
▲66년 중앙일보 기자
▲68년 삼성그룹 회장 비서실 팀장
▲73년 서울대 행정대학원
▲78년 삼성물산 전자수출 부장
▲86년 삼성종합건설 리비아 사업본부장
▲92년 아남그룹 기획조정실 사장
▲96년 삼성물산 건설부문 부사장
▲98년 삼성엔지니어링 대표이사 부사장, 사장
▲98년 한국플랜트엔지니어링협회 회장
▲93년 세계 경영지도자상
▲98년 은탑산업훈장 수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