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에 살고 있는 주모(62)씨는 3년 전 투자한 기타 파생결합증권(DLS)의 만기를 앞두고 시름이 크다. 월지급식 상품으로 투자한 후 꾸준히 매달 수익을 받아왔지만 지난해 말부터 떨어진 은 가격이 이달 들어 녹인(Knock-In·원금손실구간)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현재 온스당 14달러선까지 떨어진 은 가격이 이대로 지속된다면 다음달 돌아오는 만기일에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 주씨는 "매달 받아온 수익을 포함하더라도 오히려 손실을 볼 듯하다"며 "은 가격이 조금 더 오르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중국 경기둔화 등의 여파로 글로벌 원자재 및 귀금속 가격이 하락세를 거듭하면서 DLS가 대규모 손실 위기에 처했다. 특히 국제 은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원금손실구간에 접한 귀금속 DLS와 최근 국내 증시급락으로 국내 개별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은 앞으로 가격이 반등하지 않으면 일부 원금손실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012년 9월에 발행한 '아임유 204회 DLS' 투자자들에게 월 쿠폰을 지급하지 못한다고 알렸다. 이 DLS는 국제 금은 가격을 기초자산으로 한 상품인데 최근 평가일의 두 기초자산 가격이 지급기준 가격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상품의 지급기준 가격은 최초평가 가격의 55%로 금 가격은 온스당 974달러, 은 가격은 온스당 18.7달러 정도다. 올 초 하락세가 거셌던 금 가격은 최근 다시 상승세로 바뀌면서 1,150달러선까지 올랐지만 은 가격은 현재 14.87달러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문제는 이 상품 외에도 국제 은 가격을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DLS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 2012년 9월 이후 그해 동안 발행한 DLS는 120건으로 조기상환 상품을 제외하면 대부분 올해 말 만기상환이 돌아온다. 이미 이달 들어 상환된 DLS 수익률도 크게 나빠진 상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제 은 가격을 기초자산으로 한 공모 DLS의 이달 평균 상환 수익률은 -9.67%로 올해 3월 이후 처음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앞으로도 국제 은 가격의 반등이 없다면 이를 기초자산으로 한 귀금속 DLS는 원금손실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2012년 국제 금 가격은 온스당 1,500~1,700달러, 은 가격은 26~34달러선이었다. 이 시기 발행한 DLS의 경우 대부분 원금손실구간이 최초기준 가격의 50~55%선으로 설정돼 금은 750~980달러, 은은 15~17달러 정도가 돼야 손실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우려했던 금이 아닌 은 가격이 투자자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2012년 발행한 DLS의 경우 상당수가 조기상환이 되기는 했지만 만기상환을 앞둔 상품은 국제 은 가격이 16달러 이상 회복되지 않으면 손실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WM 관계자는 "상품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는 수익률이 높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고위험 상품이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현재 ELS나 DLS에 투자하려는 개인들은 수익률보다 원금손실 위험이 적은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