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불법이민자, 석방 요구하며 입술 꿰매

이탈리아에서 구금 중인 불법이민자 9명이 석방을 요구하며 자신들의 입술을 실로 함께 꿰매버렸다고 이들의 변호인이 22일(현지시간) 밝혔다.

필리베르토 자라티 변호사는 튀니지계 불법 이주자 4명이 그들의 입술을 가운데로 모아 놓고선 담배 라이터를 변형해 만든 바늘을 이용, 하나로 꿰맸다고 밝혔다. 또 5명의 모로코계 불법 이주자들도 석방을 요구하면서 튀니지계 4명을 따라 입술을 꿰맨 것으로 알려졌다. 실은 자신들이 쓰는 침대 시트에서 뽑는 식으로 구했다.

변호사는 “입술이 손상됐지만 이들은 현재 식사도 하고, 음료수도 마실 수 있다. 의사 검진도 받았다”며 “이들의 극단적 항의는 그만큼 사정이 절박하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1일 로마시 인근 수용소에서 발생한 이 시위는 람페두사섬 난민 임시 수용소에서 옴 예방을 이유로 추운 날씨 속에서 난민들의 옷을 벗시고, 호스로 약품을 뿌리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공개된 지 얼마 안 돼 발생했다.

영상이 공개된 뒤 이탈리아에선 난민수용소 폐쇄 및 이민법 개정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불법이민자들이 추방 전 최대 18개월 구금될 수 있다.

아프리카 북부 지역에서 유럽으로 가기 위해 지중해를 건너는 아프리카인은 올해에만 4만명을 넘어 지난해 보다 약 4배 늘어났다. 특히 지난 10월 람페두사섬 인근에선 불법 이민자들을 태운 배가 난파해 수백 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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