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롯데 사태를 계기로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적극 행사해야 한다"는 방침을 사실상 유보했다. 시장에 부작용을 끼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신 소극적 주주권의 적극적인 행사를 고려하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10일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주주권 행사와 관련한 보고를 들은 뒤 "소극적 주주권의 행사 범위에서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7일 김 대표 본인이 주문한 '국민연금의 주주권 적극 행사 방침'을 유지하면서도 시장의 현실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국민연금이)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면 또 다른 제재가 따른다고 한다"며 입장이 다소 수정된 배경을 설명했다. 김 대표가 언급한 제재는 '단기매매차익 반환의무'와 '5%룰( 5% 이상 지분 보유시 공시 의무)' 등을 가리킨다.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할 경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의 특례지위를 상실하게 돼 제재 대상으로 분류된다. 김 대표는 국민연금의 투자 포트폴리오가 노출될 가능성을 지적하며 "또 다른 투자자들이 (국민연금을) 따라서 투자하는 등 시장에 굉장히 큰 혼란이 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은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국민연금의 특례 지위를 지켜주고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방침에도 난색을 보였다.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보고를 듣고 기자들과 만나 "적극적으로 투자하기 위해 자본시장법을 개정하면 '연금 사회주의' 국가가 될 수도 있다"는 논리를 펼쳤다. 국민연금이 특례적 지위를 누리면서도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해 민간기업의 소유권과 경영권을 실질적으로 확보해갈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이에 따라 소집된 주주총회에 참석하거나 의견을 진술하는 등 소극적 주주권을 행사하는 방향으로 해결의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김종석 여의도연구원장은 이날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롯데그룹에 대한 재무적 투자자인 국민연금에 투자자 수익 보호를 위한 주의의무를 당부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 역시 "사회 통념상 잘못된 운영은 국민연금이 계속 지적해야 한다"며 "(소극적 주주권 행사를 전제로 한) 개선책을 가지고 오라"는 주문을 국민연금공단에 전했다.
이날 보고에서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공사화에 대한 이야기는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