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30일 금리인상을 단행함으로써 9년째 호황을 맞고 있는 미국경제의 과열을 막기 위한 본격적인 행동에 나섰다.FRB는 이날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친 뒤 은행간 단기자금거래에 적용되는 연방기금(FED FUND) 금리를 연 4.75%에서 5.0%로 0.25% 포인트인상한다고 발표했다.
FRB는 그러나 연 4.5%인 재할인율은 인상하지 않기로 했으며 통화정책도 그간의긴축기조에서 중립적 입장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조치는 미국경제가 오랫동안 고성장을 거듭, 인플레 압력이 한계수위에도달했다고 보고 성장의 보폭을 조절함으로써 경기의 연착륙(SOFT LANDING)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지난 97년과 98년에 각각 3.9%를 기록한데 이어 올들어서도 4% 이상의 높은 신장세를 나타내고 있음에 따라 과열경기를냉각시킴으로써 인플레-주가폭락-불황이라는 악순환에 빠져들 소지를 사전에 방지하자는 뜻이 담겨있다.
이미 미국 소비자물가는 지난 4월중 8년만에 가장 높은 0.7%의 상승률을 기록하는 등 불안조짐을 보여주기 시작했고 30년만에 최저수준인 4.3%의 실업률도 노동시장의 탄력성을 잃게 해 임금.가격 상승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소비도 과열에 가까울 정도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저축률은사상 최저수준으로 떨어지고 있어 최근의 경제지표들을 적신호로 보고 성장의 속도조절에 본격 착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FRB는 금리인상과 동시에 통화정책 기조를 긴축에서 중립으로 변경함으로써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는 조치를 취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FRB가 향후 금리인상의 여지를 남겨놓기는 했으나통화정책 기조를 변경함으로써 추가적인 금리인상이 뒤따를 것이라는 우려감을 불식시켰다고 지적했다.
월가에서는 그동안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이 최근 지난해 아시아 금융위기를계기로 단행한 3차례 금리인하 조치의 `원상회복'을 시사한 점과 관련, 오는 연말까지 금리가 모두 0.75% 포인트 정도 인상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자금조달 코스트가 높아진 민간은행들은 기업과 개인에 대한 우대금리(PRIME RATE)를 현재의 연 7.75%에서 8%로 인상하는 등 당분간 연쇄적인금리의 상향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이러한 금리인상은 미국내 소비와 주식시장 과열을 진정시키는 한편 채권 수익률 등 시장금리 상승을 유발함으로써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로 대규모 외화를 조달한 한국의 원리금 상환부담을 가중시킬 전망이다.
나아가 미국의 금리인상은 달러화 강세를 더 부추기고 엔화의 상대적인 약세를초래할 가능성이 커 수출증대를 통한 환란 수습과 경기회복을 도모하고 있는 한국에다소간의 파장을 몰고올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워싱턴=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