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증자는 보통 주식시장에서 호재로 인식된다. 거래주식 수가 늘어 매매량이 증가하는데다 최대주주가 일반주주에게 수익을 환원하는 정책으로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상증자가 호재로 작용하려면 증시가 어느 정도 활황이어야 하고 무상증자를 추진하는 업체의 실적이 뒷받침돼야 한다. 무상증자는 자기자본 내 이익잉여금을 자본금으로 전환하는 것일 뿐 기업의 펀더멘털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최근 무상증자를 실시하는 코스닥 업체는 늘지만 코스닥시장의 부진과 업체의 개선되지 않는 실적으로 주가에 탄력을 주지 못하고 있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12월 들어 코스닥업체의 무상증자 건수는 8건으로 지난달 2건에 비해 크게 늘었다. 10월에는 1건, 9월에는 2건에 불과했다. 12월 들어 무상증자를 한 업체의 주가는 단기적으로는 올랐지만 점차 제자리를 찾아가는 모양새다.
창해에너지어링은 지난 17일 보통주 1주당 1주의 무상증자를 결정한다고 밝혀 다음날 6.19% 올랐지만 이후 4거래일 동안 큰 폭으로 떨어졌다.
창해에너지어링은 3·4분기 영업이익이 적자인 상황에서 자회사 마제스타에 자기자본 대비 112.56%에 해당하는 240억원을 대여한다고 밝혀 주가가 급락했다. 다만 27일 무상증자 권리락이 발생하기 전 매수세가 몰리면서 26일에는 9.57% 올랐다.
보령메디앙스는 17일 1주당 신주 0.0192515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를 결정해 당일 4.75% 가까이 주가가 올랐다. 다음날 이후 6거래일 중 하루를 제외하고 주가가 하락해 무상증자를 알리기 전 7,160원이던 주가는 26일 6,940원으로 오히려 하락했다.
유진테크 역시 16일 무상증자 결정으로 2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보이다가 등락을 거듭하면서 무상증자 결정 이전 주가(1만6,900원)보다 낮은 가격(1만6,600원)으로 26일 거래를 마쳤다.
이 밖에 12월 무상증자를 결정한 업체인 JW중외신약은 무상증자 결정 이후 오히려 4.46% 떨어졌다.
일반적으로 무상증자를 하면 유통주식 수가 늘어 주가가 오르는 경향이 있지만 시장의 모멘텀이 없고 실적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호재로 작용하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소형주 펀드를 운용하는 정재원 IBK자산운용 펀드매니저는 "무상증자를 하면 특별히 기업의 펀더멘털이나 이익 개선은 없지만 거래주식 수가 늘어나 매매가 증가하고 최대주주가 일반 주주에게 주주이익 환원정책을 쓴다는 인식이 강해져 주가가 오르는 경향이 있다"면서도 "최근 코스닥시장의 부진으로 유동성이 크게 나아지지 않는 상황에서 무상증자 효과는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오경택 동양증권 스몰캡연구원은 "최근 무상증자를 실시하는 업체들이 실적이 받쳐주지 않고 성장성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무상증자를 하다 보니 무상증자로 주가가 오르는 게 일회성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며 "실적이나 성장성이 담보되지 않은 업체들이 무상증자를 할 경우 투자자들은 오히려 매도 타이밍으로 보고 주식을 내다파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무상증자 자체가 이제는 더이상 호재로 인식되기 어려운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노근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애초에 무상증자는 주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주식 수가 늘어난 만큼 주가가 떨어져야 정상이지만 투자심리가 좋았을 때는 이마저도 호재로 반영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다만 최근에는 무상증자가 기업의 펀더멘털과 직결되는 사안이 아니라는 인식이 강해져 투자자들이 투자심리에 이끌린 투자를 하지 않고 있어 무상증자 자체만으로 더이상 호재라고 인식하기 어려운 시기"라고 설명했다.
내츄럴엔도텍은 24일 무상증자를 결정한다는 공시를 해 당일 3.70% 상승했다. 내츄럴엔도텍의 경우 실적이 뒷받침되고 내년 미국 시장 진출도 가시화돼 무상증자가 호재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
내츄럴엔도텍은 지난해 매출액 216억원, 영업이익 51억원을 기록했지만 올해 매출액 827억원, 영업이익 272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