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명품업체마저 휘청

■ 중국 경기둔화 먹구름
중국 부자 지갑 닫아 매출증가세 한풀 꺾여

중국 경기둔화의 여파로 글로벌 명품 업체들이 휘청거리고 있다. 그동안 실적호조를 이끌어온 중국 부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는데다 중국 정부도 공금으로 명품을 구매하지 못하게 하면서 실적이 크게 둔화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4일(현지시간) 버버리ㆍ까르띠에ㆍ리치몬드ㆍ저우다푸(周大福) 등 명품업계의 매출이 올 들어 빠르게 둔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버버리의 경우 올 1·4분기 매출이 4억800만파운드로 전년동기 대비 11% 늘었지만 시장 전망치 4억1,800만파운드를 밑돌았다. FT는 "지난해 버버리의 1·4분기 매출이 전년동기보다 30%나 급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며 "매출의존도가 높은 중국경기가 둔화하면서 타격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명품 시계와 보석류 등을 판매하는 까르띠에와 리치몬드ㆍ저우다푸 역시 매출증가세가 꺾이고 있다. 세계 최대 귀금속 업체인 홍콩의 저우다푸는 올 1ㆍ4분기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61%나 늘었지만 중국경제의 경착륙 우려가 본격화한 2ㆍ4분기에는 1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켄트 윙 저우다푸 이사는 "중국과 홍콩 갑부들이 명품소비에 지갑을 열던 시기는 지났다"며 "그동안 경기와 무관하게 꾸준한 판매실적을 기록해온 초고가 제품의 판매량도 급감했다"고 말했다.

베르나르 포르나스 까르띠에 회장도 "지난해 경이적인 실적을 기록한 중국 본토에서 조금씩 매출이 줄어들고 있다"며 "올해 판매량은 늘어났지만 지난해와 같은 수준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FT는 최근 중국에서 호화청사 건설 및 명품구입 금지 등 공직사회의 사치를 제한하는 새 규정이 마련된 것도 중국의 명품수요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CLSA는 중국에서 정부 행사가 있는 6월 명품 매출이 연간 매출의 16%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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