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만기 90일 이상의 수출 환어음을 인수치 않기로 일제히 결정, 기업들의 수출입금융 조달에 비상이 걸렸다.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최근 금융당국의 외화자산 관리 강화지침을 이유로 수출환어음 매입을 제한적으로 운용키로 했다. 각 은행은 영업점에 공문을 보내 만기 90일이 넘는 유전스와 DA(외상수출어음)는 인수치 말도록 했으며 부득이할 경우 본부의 승인을 얻도록 했다.
다만 5대 종합상사 계열사에 한해 90일 만기 수출환어음을 매입해주고 2차로 90일까지만 연장해주는 등 예외를 적용키로 했다.
수입신용장 개설의 경우, 90일 초과분은 대부분 취급을 중단키로 했다. 이에 따라 30일 이하 수출환어음 매입과 수입신용장 개설을 제외한 중장기 수출입금융 업무가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기업들은 6개월 만기로 잡아놓았던 수출입자금 결제일을 3개월 이하로 단축해야 하는 등 부담을 안게 됐다.
은행들의 장기 환어음 매입 기피는 최근 금융감독원이 은행의 외화 단기부채에 대해 적정한 유동성을 유지토록 「외화 유동성비율 관리제도」를 도입한데 따른 것이다.
은행들은 3개월 이내의 외화유동성 부채에 대한 유동성자산 비율을 70% 안으로 유지해야 하며,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기관경고나 관련자 문책은 물론, 외국환업무 취소에 이르기까지 강력한 제재를 받게 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업들의 수출사정이 안좋은 것은 이해하지만 금융당국의 제재를 당하는 것보다는 무역금융을 방어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 따라 부득이하게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무역협회는 은행들의 수출입금융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여 은행간 담합행위가 파악될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는 등 강력한 대응조치를 마련키로 했다. 【한상복 기자】